숙성 커피를 만들 때 주로 사용한 원두는 에디오피아 예가체프다.
스윙병을 열면 향긋하고 달콤하게 퍼지는 향이 정말 예술이다.
여름에도 따뜻하게 주로 마신다.
그동안 상당히 바디감 강한 커피를 선호했는데, 요요, 더치st 커피 덕분에 향긋한 커피에 홀릭했다.
아, 그러고보니 예전에 만델링과 매번 헷갈렸던 것이 이 에디오피아 예가체프였던 거 같다.
이번에 에디오피아 하라로 더치st 숙성 커피를 만들어 보았다.
일단, 미미하지만 예가체프보다는 바디감이 있다.
한동안 예가체프에 익숙해져서 인지 진하게 느껴진다.
역시 혀만큼 얄팍한 감각 기관은 없는 거 같다.
요거요거 라떼로 만들어 마실 때는 예가체프보다 진하게 향이 느껴져서 좋다.
예가체프가 좀 가볍다 느껴진다면 하라가 제격일 듯.
그래서 발란스가 좋다고들 하나보다.
난 워낙 중간이 없어서, 향이 좋고 봄처녀 느낌으로다가는 만델링이랑 예가체프가 좋고, 아니면 탄자니아 트리플 A가 묵직하니 좋더라. 아, 남미 계열 원두 커피도 괜찮았던 기억.
올 추석에 제삿상에 올린 한과랑 약과가 너무 맛있어서 곤란했다.
두툼한 조청을 감싼 담백한 쌀과자... 달지 않고 참 맛났다.
한과를 급하게 동네 마트에 사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명과에서 사면 상당히 훌륭하고 풍미가 좋은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약과가 맛났던 적이 그닥 없었던 걸루다가 기억한다.
약과는 기름기가 많고 달고 찐뜩하다는 이미지가 강해서 거의 쳐다도 보지 않았는데, 이번에 제삿상에 올라온 약과는, 이게 이게 이게 물건이다!
크기는 일반 약과보다 반 정도 작았고, 모양은 비슷했지만 뭔가 좀 더 고급스러운 느낌에 포장 또한 고급스러웠다.
그러나 이런 겉모습 뿐만 아니라 뚜껑을 여는 순간 퍼지는 계피향! 어찌나 향긋하던지, 마치 수정과 한모금 마시는 느낌이다.
너무 크지 않아서 먹기에 부담도 없고, 무엇보다도 계피 덕에 달다는 느낌이 좀 덜하다.
입이 궁금하고 단게 살짝 땡기던 어느 오후,
추석에 남은 약과를 녹차랑 먹었다.
약과 한입 먹고 쌉싸름한 녹차 한 모금 마셔주니, 계피향이 퍼지면서 입안이 개운한게 딱 좋더라.
언제나 우아찜쩌먹는 티타임이니, 오늘도 뽕끼 만빵의 Mulatu Astatke의 곡을 빽뮤직을 깔아준다~
이전 막드립에서 드러난 밑천, 바닥까지 박박 긁어서 이번에는 더치 커피 도전.
뭐, 내가 고안해낸 것도 아니고, 대단하지도 않은 도전. 부끄럽다, 도전....
늘 그렇듯, 이 방법을 전달해 준 옆집 꽃보살께 감사. 이제 생두 볶아 마시는 당신, 그저 대단할 뿐;
더치 커피는 한마디로 워터드롭이라고 불리는 방식의 커피로 정수된 찬물에 초당 몇방울, 뭐 이런식으로, 성질 급한 놈은 한 잔 마시려다 그냥 숭늉 마시고 말, 그런 슬로우 드립 커피다.
극도의 인내심을 발휘한 후 마시는 더치 커피는 그 풍미가 굉장히 뛰어나다고 하는데, 난 옆집 꽃보살이 알려주기까지 이런 <도닦을 커피>가 존재하는지 조차 몰랐다.
일단 이 원리와 방법을 듣기만 해도, 귀찮음이 뇌수를 잠식하고 마는 바람에, <기다리다 죽어!>를 외쳤었드랬다.
그런데 이게 의외로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옆집사람이 갈차준 것이 숙성 커피!
그래서 미루다 미루다, 에스프레소용 분쇄 블랜드가 너무 많이 남아서, 이걸 한꺼번에 일소할 요량으로 시도한 것이었더랬다!
<준비물> 밀폐용기, 거품기, 드리퍼, 드립서버, 종이필터, 정수된 물, 워터드립용으로 분쇄한 커피(당시에 없어서 에스프레소용으로 기냥 했다. 개인적으로 예가체프가 참 잘 맞더라.)
준비물은 대충 이 정도.
다른 건 대충 대충 넘어가도 괜찮지만, 물은 아주 중요하므로 반드시 정수된 깨끗한 물을 사용해야 한다!
1. 커피 물 만들어 숙성하기
* 먼저 커피 5스푼(커피계량스푼)에 정수된 물 400ml를 넣고 마구 저어준다. 말하자면, 커피물을 만드는 거다.
원래는 이 정도는 아닌데.....
커피가 에스프레소 용이라 입자가 지나치게 고아, 완전 걸죽한 커피 반죽같다!
잘 저어주면 이런 상태가 된다. 흥이 지나치면 넘칠 수 있으니 적당한 깊이의 용기에, 적당히 저어준다.
* 어느정도 섞였다 싶으면 이걸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8시간 숙성시킨다.
쿨에드는 애초에 밀폐용기에다가 커피랑 물을 때려 붓고 시작했다.
2. 커피 내리기
깜빡 잊어버리고 12시간 이상 숙성시켰다. 뭐, 더치커피는 와인처럼 오래 숙성할수록 좋다니까 뭐..
커피 향이 확 풍긴다. 오래 숙성할 수록 달콤한 향이 나는 착각!
* 숙성 시킨 커피를 꺼내 다시 잘 저어준다. 커피가루가 가라앉아 있기 때문에 잘 섞어줘야 한다.
* 드리퍼에 종이 필터를 장착한다.
요즘은 다른 커피 맛에 소원해진 핸드드립. 그러나 용도가 바뀌었을 뿐, 핸드드립세트는 여전히 유용하당!
* 커피 물을 잘 저은 후 재빠르게 <때려 붓는다!>
나중에 그걸 조금씩 국자로 떠서 걸러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지금도 그냥 때려 붓는다.
매회 필터에 커피물을 붓기전 충분히 저어준다!
* 처음에는 꽤 빠르게 커피가 내려지지만 금세 속도가 더뎌진다. 그렇다고 바로 다시 붓지 말고 조금 기다린다. 간혹 필터 끝을 만져 걸러진 커피 가루를 다듬는 느낌으로다가 움직여주면 커피 방울이 떨어진다.
앗, 저 멀리 고무장갑!
* 바싹 마른 것처럼 보여도 몇 번 더 의심해보고, 더는 빼먹을 게 없다 싶으면 필터를 갈아준다.
필터가 아까우면 여기에 한 번 더 부어도 상관없다.....
쿨에드는 애초에 처음에 가득 붓고, 조금 물기가 남아 있을 때 반 정도 더 부어버린다.
새 필터 장착!
* 내려진 커피 상태를 확인해본다.
처음 내린 커피가 에스프레소 용이라 조금 걱정했는데, 맑게 잘 내려졌다.
향이 달콤하고 상당히 부드러웠다!
3. 모두 내린 커피는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한다.
* 요즘은 분쇄 정도를 맞추기 귀찮아서(일반 핸드믹서라...) 워터드롭용 분쇄로 주문하고 배달 당일 몽조리 더치st용으로 커피물을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이왕이면 왕창 만들어버리자 싶어서 한 700g 주문하고 약 3.5리터 정도 커피를 만든다.
이때, 1리터 병 3개와 500밀리 한 병을 채웠다. 말그대로 원액이다!
이런 거 세 개와,
요거 한 개.
* 상당히 진한 상태라 반드시 물과 희석에서 마신다.
이렇게 아이스 커피로!
이렇게 따뜻하게 마시면 향이 더욱 좋다!
이렇게 향 좋은 커피라면 푸룬 케이크 두 조각은 용서해준다.
(+)
처음 만든 날 기념으로 인증샷을 찍고 포스팅도 만들라고 했는데, 정리 안하고 비밀글로 해놓은 게 당최 몇 달인가....
이후로 냉장고(주로 김치냉장고 야채칸)에 커피병이 비어있던 날이 없었지만, 사진만 열심히 찍고(나름) 포스팅에 추가해야지, 해야지 하고는 또 까묵고.
그래도 이 더치st 커피는 인기가 너무 좋아, 울 엄니 이 커피 없이는 하루도 사실 수 없다며, 하루 한두 잔 식후에 꼭 드신다능.
또한 집에 놀러 온 친구한테도 대접했더니, 당장 만드는 법 올리라며 재촉.
그래서 겨우겨우 몇 달만에 포스팅 올리느라, 사진도 뒤죽박죽. 그래도 얼추 방법은 제대로 올린 듯.
요건, 게을러 터져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음에도 어리석은 중생 입맛을 업그레이드 시켜주겠다며, 포기하지 않고 해보라며 푸쉬업 해준 옆집 사람 덕분이라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