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능금 | 1 ARTICLE FOUND

  1. 2010.10.16 나도 사과... 상큼 향긋, 능금~



울 엄마께서 친구분들과 잠시 외출하고 오시더니 커다란 빨간 바구니에 작고 앙증맞은 열매를 한가득 가지고 오셨다.
언뜻 보고는 체리? 하다가 체리가 저렇게 많이, 그것도 마구잽이로 담겨 있을 리가 없다는 생각에 방에 들어가다가 멈칫, 바구니를 노려보니, 이게 뭔가요? 대추?

혹시 대추인가 했는데, 대추처럼 길지 않은 게, 정말 자세히 보면 사과랑 똑 닮았다.

저 색깔 조합이나, 무늬.... 영락없는 미니어처 사과!

배꼽에 길게 줄기가 나온 게 꼭 체리나 앵두 같지만, 밑에 꼭지를 보니 영락없는 사과 미니어처.
이름 하야 능금이다.


내 이름은 능금. 이래 봬도 사과란다.

<능금>이란 이름이 사과 품종 중 하나겠지, 막연하게 알고 있었는데, 설마 이렇게 작은놈이 사과랍시고 들이댈 줄은 몰랐다.

맛 좀 보려고 하나 손에 들고 향을 맡아보니 사과 향도 나고, 그러나 좀 작은 것이 설익은 느낌이라 어쩐지 신맛이 강할 거 같아, 먹기도 전에 턱밑이 저릿저릿하더라.

한입 베어 무니, 아삭한 식감과 입안에 퍼지는 향이 이 영락없는 사과다.
생각보다 달콤하지만 역시 시다!
게다가 이 쪼맨한 것이 씨도 있더라!


반 토막 내본 능금. 사과다 사과! 완전 귀여워! 연필 두고 비교 샷을 찍었는데 엄청 흔들렸다;;


이게 또 사과라고 사진 찍는 동안, 색이 변한다(흔히 갈변이라고 하지). 아우 귀여워라!

요 귀여운 걸 이리 많이 뭘 만드시려나, 혹시 이번에도 과실주가 되려나 울 엄마 과실주 담그는 게 취미시라, 입이 대빨 나왔는데... 
이번에는 설탕에 절여서 차도 해 마시고, 설탕 대신 양념으로도 쓰신다는 말쌈에 급방긋!

능금 차! 어쩐지 향긋할 거 같은 느낌!
그래서 엄마 옆에서 오두방정을 떨며 사진을 찍어댔다.


1. 능금을 깨끗이 씻어 좋은 걸루다가 골라낸다.


1/3 이상 썩은 능금은 먹을 게 없으니 과감하게 버린다.


산에 있던 나무가 아니다 보니, 채소 씻는 전용 세제에 담갔다가 여러 번 헹궜다.
먼지도 많이 묻어 있어서 상당히 여러 번 반복했다.


의심병이 많으신 엄마께서 마지막은 정수된 물로 헹구셨다.


2. 물기를 뺀다.


적당히 물기를 빼는 거지, 막 바싹 마르게 방치하는 건 아님.


3. 설탕이 골고루 스며들게 <十자> 칼집을 넣어준다.

<황금 물고기>를 보시면서 리드미컬하게 능금에 칼집을 넣으시는데... 아니, 칼집이 아니라 가위집이다.
싹둑싹둑.
가위집 낸 능금 모양이 영 아니라서,
"엄마, 칼집 넣는다며 왜 가위로 해?"라고 여줘 보니,
여전히 시선은 티비에 두시고, 능금에 가위집을 내는 손동작과 맞춰 능금 과즙을 내 얼굴로 흩뿌리시며,
"내 맘이야." 하신다. 우아! 역시 울 엄마, 난 엄마 딸!
시크한 엄마 반응에도 굴하지 않고 카메라를 들고,
"...아이참... 울컥! 사진 찍고 싶은데, 이럼 안 예쁘잖아." 하며 얼렁거리니까, 잠시 황금 물고기에서 눈을 떼고 나를 흘끗 보시더니, 다시 한 번 가위로 싹둑!
<황금 물고기> 방영 중에는 움직일 수 없으시다는 엄마의 확고한 의지.
그래서 슬쩍 과도를 가지고 와서 곁에 두고, 과즙이 방바닥에 가득이네, 어쩌네 하며 걸레 들고 닦아대는 척하니까 그제야 칼로 자르신다. 그러나 칼로 자르시는 이유는 예쁜 모양이 아니라, 상태가 좋지 않은 부분을 잘라내기 위함이다. 그래서 반 토막 나는 것투성이.
이것도 역시 엄마 맘.


개중에 온전한 모양으로 칼집 낸 거 하나. 능금, 이렇게 작다!

그렇게 <황금 물고기>가 끝남과 동시에 능금 손질도 끝났다.


3. 손질한 능금에 설탕을 넣고 버무린다.

설탕에 대한 불신이 많아서, 설탕 들어가는 양을 보고 식겁한 표정을 짓자,
엄마 말씀이, 보통 매실을 담글 때에 비하면 3분의 1도 안 들어간 거라며 걱정하지 말라신다.


4. 적당한 병에 담는다.

다른 과실 절임보다 물이 많이 나와서 금세 차로 마실 수 있다고 한다.


이건 큰 병에 들어간 후 나머지 작은 거 하나.




겨우 하루 지났는데, 물이 상당히 나왔다.





언제 마셔볼 수 있을라나. 과일즙 나온 걸 보니, 향긋한 능금 차 향이 상당히 기대된다~


이상 엄마표 적당적당 능금 설탕 절임 레시피였음!

조만간 야메 다방 메뉴에 능금 차 추가.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거덜을 정리해주겠어! ...울엄마가....  (0) 2010.10.21
대충 만드는 더치 커피st. - 야메 다방 더치 커피  (2) 2010.10.09
중국집  (2) 2010.10.05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