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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8.14 그대가 젤루 아름답소! - 모니카 벨루치의 그림형제


뱅상 카셀이 전생에 나라와 백만 동포를 구한 남자일 거라 확신하며 세상 남자들로부터 부러움과 질투를 받는 이유는 모니카 당신 때문이라오.



*
얼마 전에 홀마크 채널에서 백설공주가 방영했다.
새 왕비가 거울 깨고 왕의 눈에 거울 조각이 들어가게끔 한 후 왕을 홀딱 홀려서 자기만 보게 한다. 눈의 여왕 이야기가 첨가된 듯
애초에 왕비는 그저 왕의 사랑을 받고 싶었을 뿐이다.
당시 왕은 심심하면 우는 백설이 때문에 연애라는 걸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왕비는 왕의 사랑을 갈구하며 거울 요정의 도움으로 왕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어느덧 백설이는 아가씨로 자랐다. 백설이 역은 스몰빌에서 라나 역을 한 아가씨다.
아름답게 자라는 백설이를 보며, 왕비는 초조해진다. 그녀의 성장과 함깨 자신의 젊음이 시든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늘 확인이 필요했다. 자신의 젊음과 아름다움이 여전하다는 증거가 필요했다.
왕비는 거울 방을 만들고 수시로 그 방에 드나들며 위로를 받았다.
그녀는 거울을 보며 묻는다.
"나 예뻐?"
그럼 거울들은 그녀가 원하는 대답을 해준다.
"네가 젤루 예뻐."

*
영화 <그림형제>는 무척 기대했던 영화다.
왠지 미워할 수 없는 맷 데이먼이 나오고 그리고 히스가 나오고, 게다가 모니카 벨루치가 나와 주시니 볼거리 풍성할 거라 예상됐다.
게다가 나는 워낙에 이런 류의 스토리를 무척 좋아하는 편이다.
기존 상식을 뒤엎어 버리는 내용 전개라던지, 이미 통념이 된 개념을 마구 비벼서 새로운 결론을 만들어 낸다든지, 또는 원래 이건 이런 일이 있었어, 몰랐지? 식의 설정이라든지...
그래서 우리가 어린 날부터 너무 많이 듣고, 보고, 자라 와서, 귀에 진물이 날 정도로 뻔한 동화의 재해석들을 무척 좋아한다.
그림형제는 말하자면 제목이나 영화 광고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그동안 하두 보고 들어서 닳고 닳아진 동화들을 어른의 시각으로 재해석 했겠구나, 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래서 프랑수와 오종의 '크리미널 러버'와 같은 화끈한 내용을 기대하진 않았어도 비슷한 것을 기대했었다.
그런데 들리는 풍문은 이 영화가 무지 후졌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살짝 기대감을 내려놓고 감상했다.

*
어쨌든간에, 영화에는 예상대로 갖가지 동화들이 나온다.
빨간 망토, 헨젤과 그레텔, 라푼젤, 눈의 여왕 등등 등등..... 예상대로 원래 <이런 거였어>의 전개다.
플러스로 그림형제가 살았던 당시 시대 배경이 첨부됐다.
나폴레옹이 유럽을 마구 휘젓고 다니던 때의 독일이라, 침략군, 그와 결탁한 자, 그에 반항하는 자들이 뒤섞여 전설 위에 또 다른 이야기를 덮는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조금은 새로운 것을 기대했던 설정들이 오히려 예상보다 단순해서, 이거 손 안대고 코 풀라 하네, 하는 생각도 든다.
매체가 다양해지고 창작의 범위가 넓어져서인지, 이제는 식상한 느낌이다.
재미없다는 소문처럼, 그저 상상할 수 있었던 정도만 보여줬던 영화였다.

*
그러나 이 영화에서 건진 건 있다.
그렇다. 영화가 식상하덩가 말덩가, 중요한 건, 눈의 여왕 라푼젤모니카였다.
탑 꼭대기 다락방도 음침하고 고딕스러운 점이 맘에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름다웠던 건, 황금색과 붉은색이 어우러진 화려한 여왕의 의상이다.
물론 입어주신 모니카 벨루치의 환상적인 미모는 말할 것도 없다.

여왕의 방에는 커다란 거울이 있다. 그래, 앞서 백설공주 새엄마 거울 얘기는 그래서 나왔다.
자신의 아름다움과 젊음에 대한 갈망으로 묻고 또 묻고, 사람 환장하게 만들만큼 물어대던 백설이네 새엄마처럼, 뭐하러 그런 건 물으시나 생각되는 아름다운 모니카 여왕께서도 같은 질문은 던졌다.

<나 예뻐?>

뭐하러 물으십니까?

그대가 젤루 아름답습니다!

*
영화가 끝난 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와중에 정말 깜짝 놀랄 이름을 발견했다.
이 영화... 테리 길리엄의 영화였던 것이었던 것이다! 그래, 누가 감독인지 몰랐다.
엔딩 크레딧에 그 이름을 발견하고, 이렇게 씁쓸해할 날이 올 줄이야!
아아, 길리엄씨! 내공이 많이 죽으셨어요 ㅠ_ㅠ

*
기대하게끔 하는 이런저런 미장센만 열라 늘어놓고는 지나치게 평범했던 것이 죄였다.
그리고 눈에 띄지 않던 두 주인공 맷과 히스. 차라리 칼라딘이 인상 깊었으며, 그 뚜꺼비 할매를 모시는 그 사냥꾼 여자는 정말 비호감이었다.

그래서 맷 데이먼의 그림형제도, 히스 레저의 그림 형제도, 그리고 안타깝지만 테리 길리엄의 그림형제도 아닌,
모니카 벨루치의 그림형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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