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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10 완벽한 나의 연필 3


나는 말이다, 실패를 두려워 한다.
그래서 난 연필이 좋다.
연필을 쥐고 있으면 과감해진다.
그래서 연필을 좋아한다.
하지만 정작 연필로 쓸 때는, 웬만해서는 지우개질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어째서인지 연필로 써야 안심이 된다.
소심한 난, 연필을 사랑한다.

나는 멀더가 천장에 보난자 연필을 막 던질 때 더욱 사랑스러웠다.
뒷꼬다리를 마구 마구 씹을 때도 사랑스러웠다.


이상한 습관이 있어서, 패턴이 어긋나는 걸 아주 싫어한다.
시리즈 책이 중간에 판형을 바꿔버리면 두고두고 불쾌해한다. 이 경우는 많이들 겪겠지만.
예를 들면, 어스시의 마법사 같은 거. 결국 뒷권 구입하지 않고 어금니만 갈고 있다. 씨밤바 새퀴들.
쓰던 물건은 웬만하면 계속 같은 상표, 같은 물건을 사용한다.
예를 들면, 연필은 파버카스텔, 그것도 보난자 HB와 B. 혹은, 볼펜은 모나미 검정.

내 책상은 작업할 때면 늘 메모지와 노트, 포스트잇, 인덱스 스티커와 함께 몇자루의 연필과 모나미 검정 볼펜이 나뒹군다.
연필과 함께 사랑하는 건 모나미 검정 볼펜. 싸고 어디서든 구할 수 있고, 부담없고. 똥이 많이 나오지만, 난 그것도 매력이라 생각하니까.
가끔 인덱스 스티커 용 색볼펜들도 사용하지만, 어쩌다 보면, 역시 거기에도 연필이나 모나미 검정 볼펜으로 적곤 한다.

연필과 함께 무안 사랑에 끊임없이 지름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노트다.
온갖 메모용품. 책상 위에는 늘 두루마리 화장지 모양의 메모지가 놓여있다. 그리고 서랍을 열면 여러 종류의 노트들이 나온다. 크기도 가지가지지만 가장 많은 건 역시 포켓 사이즈.
최근에 가장 애용하는 건 몰스킨. 그런데 문제는, 휴대용임에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왜냐하면 연필을 가지고 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
연필이 아닌 걸루다가 난 메모를 못하겠단 말이다. 특히 포켓 사이즈 노트에는 더욱 그렇다.
왜그런지 나도 몰라, 소심함이 날 울려. 언젠가는 나도 과감하게 쓸 수 있겠지.
...했는데,
드디어 <정체를 알수 없는 완벽한 연필>을 장착한 것이다.


다른 건 다 집어치우고, 이 아름다운 캡을 보아라! 캡이다.
이 캡을 착안한 독일인이여! 짱 먹으삼!
난 이미 파버카스텔 노예지만, 또 한 번 충성을 맹세하마!
싸게 사려고 각인을 포기한 것이 좀 아쉽지만, 괜찮다. 드디어 외출시에도 난 연필과 함께인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소심하게 굴지 않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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