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법정스님 | 1 ARTICLE FOUND

  1. 2010.03.22 스님, 중생들이 이렇습니다....


한 7년 전인가, 친구가 한참 힘들던 시기에 별 도움도 못 주고 이렇다할 위로도 못해주던 때였다.
그러던 어느날 그 친구가 예전처럼 밝은 모습으로 나타나서, 무슨 좋은 일이 생겼나 싶어 물었더니,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꼭 한 번 읽어보라며 권해줬었드랬다.
잠깐 친구 책을 읽어보다가, 나도 한권 소장해야겠다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까묵고 지냈더랬다.
그러다가 작년 쯤, 다른 친구 하나가 이런저런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아 자주 내게 고충을 토로하곤 했는데, 책을 읽어보거나, 불교니까 절에 가끔 다녀오는 건 어떻겠느냐며 이야기 해주곤 했다.
그러고 며칠 후, 한결 밝아진 목소리로 전화한 친구는, 법정스님의 <무소유>와 <아름다운 마무리>를 읽고 있다며, 내게도 권했다.
그래서 예전 일도 떠올라, 이번에는 꼭 사서 읽어봐야겠다 했는데, 얼마 되지 않아 스님께서 입적하셨다.

생각난 김에 이번에는 꼭 <무소유>를 사려고 온라인서점을 뒤지는데 죄다 품절이다.
스님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당분간 스님 저서 찾는 사람들이 많겠구나 싶어서, 급한 것도 아니니까 기다리자 했는데, 어이쿠! 스님 유언에 따라 모든 저서를 절판한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법정스님의 저서를 출판하는 출판사들은 스님의 유지에 따라 절판하기로 뜻을 모았다.

아이쿠! 그러심 안됩니다!

일찍이 절판된 책 때문에 맘고생 좀 해봤던 쿨에드는 이건 아니라면서 안타까워 했다.
지금껏 내가 구하고자 했던 절판본들은 뭐 세계적으로 구하기 어려운 희귀본도 아니요, 우리나라 작가의 희귀본도 아닌, 단지, 상업적, 정서적 이유 등으로 번역되지 않은 책들이었다.
이런 걸 희귀본이라면서 원가격의 몇십 배로 불려 판매하는 작자들이 재수가 없었더랬다.
그들은 소개글에, 자신을 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며, 뻔뻔한 문장으로 치장한 장삿꾼들이었다.
번역본들이 이런 사태인데, 법정스님 저서는 오죽하랴.

이제 더러운 장삿꾼들이 판을 칠 것이 분명하다.
이미 경매에서 몇십 만원으로 경매가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어떤 xx가 9억원이라는 병신같은 가격을 책정해서 경매에 붙였다.
뭐, 수익금은 좋은 일에 쓰겠다고?
사람들 말마따나, 좋은 일에 쓰려면 도서관이 기부하면 될 일이다.

하여간, 모든 걸 버리고 떠나신 법정 스님의 깔끔한 마무리는, 현세의 중생들의 어리석음을 간과하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뭐 큰스님의 깊은 뜻을 다 헤아리기에는 어차피 나도 너도 다 모자란 건 매한가지.

나도 책욕심이 많아 웬만하면 책은 빌려 읽지 않는 편인데, 사태가 이런 지경이니, 아우, 좀 질린다.
분명 다른 방법으로든 스님 저서를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되니까, 정 읽고 싶으면 친구한테 빌려 읽을란다.


(+)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작품집 두 권이 출간됐다.
그 작품집 두 권에는 내가 너무 기다리던 69년도판 가와바타 야스나리 전집에 수록된 소설들이 실려있다.
이것봐라. 번역본은 기다리면 언젠간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난 이제 절판된 번역본에 말도 안되는 가격을 책정해 놓은 책장사치들의 유혹 따위 무시할 수 있다.
물론, 싸게 내놓은 중고 번역본이라면 환영이지만서도~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우개 달린 연필  (0) 2010.03.24
인터넷 서점 비교  (0) 2010.03.17
빠따의 계절이 임박했다!  (4) 2010.03.01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