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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6.04.10 슈퍼맨 리턴즈

슈퍼맨이 있는 유년

Sundry 2006. 4. 11. 08:54


스몰빌 - 왼쪽부터, 이쁜이 라나, 클라크, 렉터

*
며칠 전 새벽에 새삼 깨닫게 된 것이 하나가 있다.
나는 슈퍼맨을 정말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난 X맨 시리즈도 좋아한다.
배트맨도 좋아하고 스파이더맨도 좋아한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난 슈퍼맨이 제일 좋다.

*
몇 년 전, 아마 3~4년도 더 된 거 같긴 한데, '스몰빌'이라는 외화 시리즈가 케이블에서 방송됐었다.
달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이 시리즈가 뭔 내용인지 전혀 몰랐다.
그냥 무언가 외계인과 관련된 이야기인지, 간혹 로즈웰 이야기가 나온 거 같아서 그쪽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아니 잠깐, 로즈웰이라는 제목의 시리즈도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한 편 볼라 했지만, 역시 시리즈 물이라서인지 당최 흐름을 몰라(옴니버스도 아닌 듯했고) 몰입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단 20여 분 대충 훑어본 것이 전부.

며칠 전 새벽에 일어나 티비 앞에서 이런저런 화면을 돌려가며, 볼 것이 없어서 틀어놓은 스몰빌.
그래, 이번엔 제대로 한번 보자 싶어서 총 3회 분량을 연속으로 보여주는 것을 보게 됐다.
그런데 아니, 이상한 거라.
덩치 큰 남주인공 이름이 클라크라고 하고, 클라크 역을 한 배우가 또 클라크(?)와 닮았으니, 게다가 도저히 외모상으로는 이해되지 않지만서도 고딩 신문기자. 게다가 뭔가 대단한 비밀이 있고, 초능력을 쓰며, 열라 빨리 달린다. 음속이다, 음속.
이거 심상치 않다 생각하고 몰입하다 보니, 이거 10여 년 후에 메트로폴리스 신문기자이자, 타이츠 위에 빤쮸 입어 주시고, 악의 무리와 싸우시는 그분의 어린 시절이라 이거다.

게다가, 렉스가 나온다. 렉스는 어릴 때도 대머리였다. 클라크의 선배쯤 되는 거 같고 쾌 앨리트에 생각보다 덜 비열했으며, 아니 오히려 스마트(!)할 뿐더러 쿨하다!
또한 놀랍게도 그는 아빠 사랑을 갈구하는 고뇌하는 청춘이더라.
역시 가정환경과 교육은 중요한 거다. 자식들에게 사랑 듬뿍줘야 한다. 안그럼, 나중에 세계정복을 꿈꾸고 또한 실행까지 하는 또라이가 되고 마니까 주의!

슈퍼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니 마구 흥미가 솟구치는 거라.

*
그랬다.
내 생애 최초로 극장에서 영화를 본 것이 슈퍼맨이다.
가족들이 함께 관람한 유일한 영화였다.


역시 오리지날은 나지!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그 영화관에서 관람 도중 내 동생이 장난감 트럭 바퀴를 잃어 버리고 우렁차게 울어줬었다.
예쁜 안내 언니가 플래시를 들고 바퀴를 찾아줬고, 엄마 아빠가 다른 사람들에게 사과하시며 얼굴 붉히셨던 추억이 있다.
그 와중에 난 슈퍼맨이 로이스를 살리려고 지구를 거꾸로 마구 돌리는 장면을 넋이 빠져 보고 있었더랬다. 정말 굉장히 멋진 능력이 아닌가! 난 지금도 타임머쉰이라면 환장하게 좋아한다.
영화 관람이 있은 뒤  며칠 후, 동생이 빨간 보자기를 목에 두르고, 화단에서 과감하게 점프하여 눈 밑을 십여 방(지금도 흉터가 있다) 꿰맸던 사건이 일어났다.
집에 와보니 동생이 떨어진 돌 위에 하얀 페인트가 칠해져 있었고, 집엔 아무도 없으니, 어린 나는 누가 죽은 줄 알고 울면서 동네방네 뛰어다녔다.
친구네 집에서 울면서 밥 먹다가 엄마 아빠가 오셨다는 전화받고 집에 달려가 보니, 내 동생이 얼굴을 붕대로 칭칭 감고 오렌지 주스를 빨대로 쪽쪽 빨아먹고 있었다.
그렇다. 진짜 있다. 영화를 흉내내는 아이가.
왜 영화나 드라마에 15세 이하 시청 금지라든가, 어린이들은 따라하지 마세요, 라는 경고문이 나오는지, 나는 경험으로 충분히 납득하고 있다.
덕분에, 다시는 가족 단체 영화 관람은 없었으며, 아빠는 극장이라면 치를 떠셨다.

그래도 우리 남매는 슈퍼맨을 참 사랑했다.


*
90년대 초반이던가? 주말에 방영했던 '로이스 앤 클락'이라는 슈퍼맨 시리즈 물이 있었다.
로이스 역에, 지금은 아주 위기일발의 아주머니로 나오는 테리 해처가 맡았다.
이 시리즈 상당히 좋아해서 토요일엔 어김없이 일찍 집으로 귀가했던 생각이 난다.
상당히 유쾌하고 사랑스러웠던 커플이다.


최초로 로이스를 응원했던 '로이스 앤 클라크'

*
그리고 스몰빌.
달아 볼까 보다.
모든 슈퍼맨이 그렇듯, 앞머리가 고슬거리는 클락은 여전히 어깨가 솟아있고 목이 짧으며 키가 크고 이마가 네모나다.

그러고 보니 클라크는 모두 클라크처럼 생겼더라.


(+)
그러고 보니, 라나는 이상한 나라의 폴에 나오는 라나와 비슷한 캐릭터라 생각된다.
클라크-라나-렉터의 설정도, 폴-라나-마왕의 설정과 비슷한 거 같고.
좀 다르다면 라나의 태도다.
이상한 나라의 폴에서의 라나는 폴이 라나를 구하기 위해 매번 그 뻘짓(시간을 멈추고 어쩌구 저쩌구 생고생)을 반복하는 동안 마왕의 손에 잡혀 구해주길 기다리며 비명을 지르는 것이 일이고,
스몰빌의 라나는 폴(클라크)이 머뭇거리는 동안 결국 마왕(렉터)과 눈 맞아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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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리턴즈

Sundry 2006. 4. 10. 02:25



00.
여전히, 클라크는 클라크였다.

여전히, 로이스는 속물 로이스였다.

여전히, 렉스 루터는 부동산-더구나 이번에는 무척 창의적이기까지 한-에 집착했다.

여전히, 로이스가 제일 밥맛이다.


01.
생각해보면, 테리 헤처가 맡았던 로이스 역이 제일 맘에 든다.
테리의 로이스는 웃기고 순진하다.
드러내 놓고 속물스러운 점도 맘에 든다.

이번 로이스는 지금까지의 로이스들 중 가장 가증스럽고 재수없는 캐릭터였다.


02.
초인 아빠를 둔 슈퍼맨의 아들이 부럽다. 그 훌륭한 유전자를 물려받았으니!


03.
아들을 보호하려고 딴 남자의 애를 약혼자의 애인 양 속이고 키우는 것이 위대한 모성이니 용서받아 마땅하다라는 뉘앙스에 가볍게 코웃음 한 방.
뭐, 약혼자가 대인배라, 또한 그녀를 지독하게 사랑하니까 이해한다고 쳐도, 마음 속에는 온리슈퍼맨인 주제에 그 배려를 받아 처먹는 로이스의 가증스러움에 다시 코웃음 한 방.
씨바, 미국 애들의 '모성(혹은 아내)은 강하다'라는 이바구는 많이 헷갈리게 한다.
알겠는데 너무 오바스러워서 속이 다 울렁거릴 정도다.


04.
과거, 렉스루터발 세계정복 계획으로 난장판이 된 지구. 슈퍼 히어로는 여기저기 난리난 통에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다가 그만 로이스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로이스의 죽음에 정신이 나간 슈퍼맨은그녀를 살리겠다고, 빌어먹을, 지구를 반대로 회전시켜 시간을 돌려버린다.(지금 생각하면 정말 만화스러움)
그런 클라크의 초인적 사랑에, 내 순진한 눈에 콩깍지가 씌워졌었지만, 참말로다가 로이스는 차라리 그때 죽어버리는 편이 나았을 거라는 생각은 변함없다.
그런 민폐 캐릭터는 당시에도 너무 화가 나서, 테리의 로이스가 나오기 전까지, 로이스는 내게 렉스 루터보다 더 저주스러운 캐릭터였었더랬다.


05.
슈퍼맨의 진짜 모습은 슈퍼맨이지만 말이다, 분명히 지구인 클라크로서의 삶이 있다.
그런 평범한 클라크를 철저하게 무시하는 로이스 같은 여자가 뭐가 좋으냐! 클라크가 뭐가 어때서! 좀 띨띨해보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밀착 취재로 슈퍼맨을 만나는 여자가 어째서 그걸 모르냔 말이다. 그 센스로 기자다.
게다가 리턴즈에서는 퓰리처상을 탄다는 설정이다. 캐릭터 개연성 없음.
동료로서 클라크를 싹 무시해버리는 로이스의 태도는 전편을 통틀어서 이번이 제일 심하고 재수없다!
물론 속 답답한 걸로 치면 슈퍼맨이 최고다! 그러나 그는 너무 바쁘다. 그러니 용서한다.


06.
트루 라이즈에서 아놀드가 그랬던 것처럼, 차라리 마누라와 자식 새끼 다 엮어버려서 함께 위험을 공유해버리는 편이 속이 더 편하지 않을까.
어차피 로이스와 자식새끼는 머지않아 슈퍼맨의 최대 약점이 될 것이 뻔하므로(지금까지도 충분히 약점지만), 숨기지 말고 까발리는 편이 오해도 덜 하고 훨씬 일하기도 편할 거 아니냐.
렉스 루터도 이미 까발린 가족 관계에는 흥미를 덜 가질 거다. 진짜 재밌는 놈.


07.
그나저나 렉스 루터의 계획은 너무 현실감 나서 그냥 막 귀엽다.
그럼, 그럼! 부동산이 최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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