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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7.13 서구 문명의 오만함 -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오래된 미래 (양장)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Helena Norberg-Hodge) / 양희승역
출판 : 중앙북스 2007.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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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생각으로 이 책을 집어 들었는지, 지금 생각해봐도 알 수 없다.
단지 제목 때문이었을 거다. 이 계통으로는 관심을 가져보지 않았다. 티벳지역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품고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오지에 대한, 뭐 거창하게 말하면 노스텔지어에 대한 허세스러운 동경 정도였을까나.
솔직히 라다크가 어디 붙어있는지도 몰랐다.
초판은 망설일 정도로 그 제본이 교과서스러워서, 이거 싸구려로 나온 대학 출판물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건 개정판이다. (초판본을 빌려주고 되돌려받은 건 개정판이었다^^;)
싸구려 재생지에 표지조차 초등학교 교과서 표지보다도 못한 모습이고 출판사 이름도 지극히 운동권 냄새를 풀풀 풍기고 있었다.

<오래된 미래>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차가운 푸른 숲과 건조한 고산지대의 겨울. 그 알싸한 공기에 내밀어 진 코끝이 짜릿하게 저린 느낌. 신선하고 순진하고 아름답고 따뜻하고....

책을 읽는 동안, 웃고, 동경하고, 분노하고, 슬퍼했다.
마지막에 분노가 너무 강하고, 싸구려 연민이 심해져, 저자가 전달하고자 했던 것을 망각할 정도로 어설픈 정의감에 가슴이 마구 불타올랐다.

라다크는 아름다운 곳이다.
과거 우리가 가졌던 것을 고스란히 간직했었다.
라다크가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이 겪어왔던 분열과 개발 앞에 서서 우리의 실수를 답습하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모습을 보며 씁쓸함이 밀려왔다.
눈물이 날 정도로 분노하고 슬펐다.
그래도 어찌 됐든 저자는 희망의 여지가 남았다고 역설한다.

예전에 뉴스위크지에 실렸던 카툰이 떠올랐다.
동그란 지구가 상하로 나누어져 각각 배가 떠가고 있다.
위쪽에 여유자적 웃고 있는 미국과 유럽인들이 탄 증기선의 커다란 굴뚝은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다.
반대쪽에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인들이 작은 배에서 힘겹게 노를 저으며 증기선의 속도를 맞추고 있다.
위쪽의 미국과 유럽인들의 말 칸에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대략 이런 대화가 적혀있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인들이 무분별하게 산업화를 추진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환경 재해를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잘난 척하는 그들을 비꼬는, 아주 무릎을 탁 칠 정도로 촌철살인과 같은 문장이었는데, 정확한 문장이 기억 안 난다;;;;


급격하게 근대화 물살을 타버리는 가난한 그들은 이것을 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을 누가 비난할까.
아무도 그들을 비난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들의 변화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어떠한 대안도 마련하지 않고 반복적인 '라다크의 지금'을 만들려고 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불투명할 뿐이다.
우리가 급진적인 산업화로 많은 것을 잃고 있듯이 말이다.
산업화와 더불어 전통의 계승과 대안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일일 것이다.

역시 사친과 대니켄씨의 우주관을 읽으며 포턴벨트를 기다리는 편이 나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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