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은희경 | 2 ARTICLE FOUND

  1. 2008.02.28 읽은 거 세 개만 추려서...
  2. 2005.07.03 전경린, 야마다 에이미 - 인터넷 서평 주의!


1.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 은희경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국내도서>소설
저자 : 은희경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07.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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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은희경 소설. 단편집으로 2007년 '상' 받았다.
사실 '비밀과 거짓말' 이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예전 작품들만 읽었기 때문에 과연 괜찮을까 싶어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계속 망설이던 책이다. 게다가 '상' 까지 받았다고 하니 영 부담스러운 것이, 예전부터 무슨 '상' 받은 창작품은 취향에 맞지 않을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할인쿠폰을 사용하자 싶어서 과감(?)하게 사놓고 한참 후에 읽게 됐다. 계속 망설였다는 얘기지. 아니, 뭐 망설일 게 뭐 있느냐, 싶지만서도 이게 사람 맘이 그렇다. 쉽게 첫 장이 넘어가지 않는 때가 있는 거다. 특히 나의 선입견은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만큼 곤조가 대단하셔서-_-;;
'비밀과 거짓말' 이후 매너리즘인가 싶을만큼 고개짓을 하게 만들었는데, 이번 단편집에서는 정말 잘 다듬어진 문장과 차갑고 날카로운 감성이 다시 살아난 느낌이다. 역시 은희경이구나, 싶었다.


2. 하드보일드 에그 - 오기와라 히로시

하드 보일드 에그 (양장)
국내도서>소설
저자 : 오기와라 히로시(Hiroshi Okiwara) / 서혜영역
출판 : 작가정신 2007.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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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난 왜 그런지 몰라. 일본 서적이 난무하다 하며, 일본 서적을 출판하는 출판사의 알량한 상술에 분개하면서, 꼭 한두 권씩 일본 소설을 산단 말이지. 아니, 뭐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고.
어쨌든, <피리부는 멍구: 필립 말로우>를 인생 목표로 삼고 실행하는 30대 탐정 슌페이. 항상 말로우 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리라 하며, 자신은 조건만 되면 하드보일드한 말로우의 삶을 재현할 수 있다고 믿는 슌페이. 그러나 그는 위가 약해서 술도 잘 못 마시며, 폐소공포증으로 결정적인 순간에 유년의 암흑기로 후퇴하기도 하고, 상상과 달리 시체를 앞에 두고 위액까지 모두 토해내 버릴 정도로 평범한 남자일 뿐이다.
아무리 고물 라이트 밴이라도 스테이션 웨건, 그저 그런 낡은 양복도 브룩스브라더스 임을 강조하며, 마시지도 못하는 독주를 마시고 게워낸다. 슌페이는 곧 죽어도 하드보일드한 사나이의 고집스러운 취향을 고수하는 폼생폼사. 그런 허세가 밉지 않다.
그는 사립탐정이라는 직함을 원하지만, 불리는 이름은 심부름센터 아저씨. 미모의 유부녀에게 유혹받을 거라는 상상을 하지만, 고작 고장 난 형광등을 갈아주는 심부름센터 아저씨. 야쿠자를 상대로 멋지게 활극을 펼칠 것을 상상하지만, 똘마니에게 슬리퍼로 대가리를 얻어맞는 시추에이션. 슌페이의 하드보일드한 실상은 이런 식이다.
그래도 이 남자 일은 제대로 한다. 주로 잃어버린 동물을 찾아주며, 주 수입원도 그것이다. 그런 그가 빛나게 되는 건 아야 할머니 덕분이다. 목소리만으로 혼자 거북이 대가리를 세우며 기대에 부풀어 전격 고용한 비서는 80대 노파. 하드보일드에서 금발의 미녀가 등장하듯슌페이도 자신의 생활이 그렇게 되리라 상상했지만, 언제나처럼 현실은 그냥 <하드>할 뿐이다. 물론 슌페이가 원하는 <하드>는 여태껏 아니었지만.
그런 그가 진정 <하드>한 일에 휘말려 든다. 그리고 아야와 동물들을 통해 현실의 냉혹함과 따스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인생은 별게 아니다. 열심히 살아가면 그것이 최고의 삶이다.
<하드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어. 부드럽지 않으면 살 자격이 없고>
인생이 굳이 하드보일드 할 필요 없어. 그래도 슌페이는 괜찮은 사람이니까. 릴렉스 릴렉스.


3. 120% coool - 야마다 에이미

120% COOOL (양장)
국내도서>소설
저자 : 야마다 에이미 / 양억관역
출판 : 민음사 2008.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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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눈물을 흩뿌리며 가격이나 사양 따위 무시하고 무조건 질렀다.
붉은색에 흰 뽈록이의 심플하면서도 강렬한 표지. 다 맘에 든다. 민음사냐? 그래 마구 사랑해주마.
드디어 염원하던 책이 나왔다. 얼마나 목메며 기다렸던가. 헌책방을 얼마나 뒤졌던가. 아, 드디어 나왔다.
이제 <나비의 전족>과 <풍장의 교실>도 조만간 다시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바람직하도다! 바람직하도다!
덕분에 초판본을 주인에게 돌려주었다. 아놔... 난 정말 왜 이러니.
그동안 고마웠어요.
감상이라고 할 것도 없다. 난 이 작품이 시작으로 야마다 에이미를 사랑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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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야마다에이미의 팬이다.
그래서 이 두 사람의 비교는 분명 편파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굳이 얘기한다.

열정의 습관
국내도서>소설
저자 : 전경린
출판 : 자음과모음(구.이룸) 2001.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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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린의 책, <열정의 습관> 이거 한 권 읽었다.
그래서 그녀 전부를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안다.
하지만 당분간 바뀔 거 같지 않다;

제목은 멋지다. <열정의 습관>
국내 여류작가의 소설이란 다 지루하게 몽환적인 자아찾기와 대놓고 여기저기 붙여대는 현학적인 묘사가 많다는 선입견(;)덕에 꺼렸다. 그래도 이 정도 나잇살 먹었으니 얄팍한 선입견 따위 물리쳐보자 싶어서 읽은 것이 전경린의 <열정의 습관>이다.
우선은 <열정의 습관>은 야마다 에이미가 생각났다.
국내 여성 작가 소설이라고는 몇 개 읽어본 게 없는지라, 또 그 작품들이 대부분 <자아 찾기>가 주라, 그래서 너무나 지루했기도 했지만, <열정의 습관> 속에서 대놓고 이야기하는 섹스는 조금 신선했다. 뭐, 그게 노골적이거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고.
그런 것으로 따지자면, 야마다 에이미가 그렇다. 그 전에는 뒤라스 여사가 그러했다. 또 다른 작가로 말하면 아나이스 닌이 있지만, 이쪽은 강도가 상당하니까 일단 제외하고.

그러나 전경린은 야마다 에이미에게 있는 쿨함이 없다.
쿨하기는... 질척거리고 찌질스럽다고 할까.
아,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그녀에게서 기대했던 부분이었으므로 아주 개인적인 문제이다.

극찬 일색의 서평에 혹해서, 처음 책장을 펴들고 어쩐지 기대치가 높아진 것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실망스러웠던 적이 몇 번인가 싶을 정도로 내 취향이 아니었다.
탁 깨뜨려 프라이팬 위에 올려놓은 계란의 노른자가 흐물거리며 퍼져 버리는 그 어이없음, 그런 기분이었다.
책장을 덮을 때까지 몇 번이고 집어던지고픈 맘을 죽이고 참고 참으며 완독했다.
결국 그럴싸하게 가장한 평범하고 지루한 연애 소설이었다는 생각만 들었다.

소문 좋은 맛집에서 느낀 취향이 아닌 맛.
남들이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결국 내 취향이 아니면 그 맛을 모르는 거니까.
한국 작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나로서는 다른 사람들의 리뷰(인터넷 서점)를 많이 의존하는 편이다.
그래서 실패의 확률이 아주 높다-_-;
역시나 뭐니뭐니해도 발품 팔아 직접 서점에 들러 고르는 것이 실패의 확률을 줄여준다.

그렇다.
은희경은 조금 취향일 듯싶어 두근두근.
아직 몇 권 읽지 않았지만 지나치게 여성 감성을 강조하지 않고 문장이 말 그대로 다듬고 다듬어진 느낌.
일단은 기분 좋게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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