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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8.31 장 그르니에 - 알베르 까뮈



어린 시절, 이방인을 읽고 까뮈에게 홀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서점에서 얇은 책을 뒤적거리다 제목의 간결함에 손을 뻗은 낯선 철학자의 얇은 산문집.
제목도 서정적인 <섬>.
그 첫장을 열었을 때, 마치 운명처럼, 게시처럼 거기엔 까뮈의 글이 있었다.
두눈에 총기가 서렸을 것이고, 양볼을 빨게지고 흥분에 콧바람을 슝슝 불었을지도 모른다.
문장의 첫 줄을 읽은 후 급히 책장을 덮고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섬>과 <어느 개의 죽음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정신 나간 꼴이었지만, 분명 계산은 한다.
나는 다시 그날 저녁으로 되돌아가고 싶다. 거리에서 이 작은 책을 펼치고 나서 겨우 처음 몇 줄을 읽어 보고 다시 덮고는 가슴에 꼭 끌어안고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정신없이 읽기 위해 내 방에까지 달려왔던 그날 저녁으로. 그리고 나는 아무런 마음의 고통도 느끼지 못하고, 부러워한다. 오늘 처음으로 이 책을 열어 보게 되는 저 알지 못하는 젊은 사람을 너무나도 열렬히 부러워한다. <알베르 까뮈>

본문 첫 장 '섬에 부쳐'의 일부.
편집의 힘이여!
저 글귀를 앞쪽에 배치한 건 최고의 편집이었다!


나는 까뮈의 이 글귀에 홀려, 까뮈 말마따나 그렇게 책을 사들고 집으로 달렸다.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그대로 서서 그 짧은 글을 몇 번이고 곱씹어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정신을 조금 차린 후에 다시 까뮈의 글을 읽으며 <섬>과 <어느 개의 죽음>을 읽어나갔다.
<어느 개의 죽음>을 다 읽을 때즈음에는 코끝이 시큰해지고 염통이 뭉클거렸다.
까뮈, 그가 느꼈던 그 설렘을 공유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이었던 여린 소녀.

장 그르니에를 그렇게 알게 된 것이, 그리고 그곳에 까뮈가 있었던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이었는지 생각한다.
한없이 감성이 충만하여 넘치고 남을 정도로, 조금 곤란했었던 사춘기 때, 난 까뮈와 장그르니에라는 두 거장을 만났다. 특히 장그르니에의 세 편의 산문집은 지금까지도 감성을 자극하고 향수에 젖게 한다.
지금도 까뮈의 책보다 장 그르니에의 산문집을 보면서, 그때 까뮈에게 홀렸던 느낌, 그 두근거림을 회상하곤 한다.

아, 정말 촉촉했던 나의 사춘기!


국내도서>소설
저자 : 장그르니에 / 김화영역
출판 : 민음사 1997.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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