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클라우디아 쉬퍼 | 1 ARTICLE FOUND

  1. 2008.10.15 차이 1

차이 1

일상 2008. 10. 15. 13:11

10대 때, 한동안 보그나 엘르와 같은 수입 잡지를 사 모으면서 향수와 슈퍼 모델에 빠져 있던 시절.
신디와 클라우디아를 좋아하던 친구가 <게스> 광고를 보면서, 모델인 클라우디아의 눈은 남자를 홀리는 마성의 눈이라 하며, 섹시한 얼굴이 이런 거라고 게거품 물고 강조했더랬다.
"그렇구나, 이런 눈이 섹시한 눈이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른의 세계는 기묘하다고 느꼈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도 어른의 세계로 가야 하니 내게도 그 얼굴은 섹시한 얼굴이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남자가 아니니까 확 와 닿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잡지를 보다가 클라우디아의 문제의 광고가 나오자, '이것은 섹시한 눈'이라며 스스로 세뇌하던 나는, 확인을 위해 남동생(당시 중학생)에게 사진을 내밀고 나름 어른스러운 거드름을 피우며 물었다.

"어때, 이 여자. 이 눈 섹시하냐?"

사춘기 소년인 남동생은 사진을 보더니 가차없이 한마디 했다.












"사시네."

"...................."

그래.... 뭐라 정의내려지기 전에 강요된 어른의 세계. 그래, 내 속에서 외치고 있었던 것이다.

섹시 같은 소리 한다! 저건 사시잖아!

그러나 슈퍼 모델에 심취하고 어른의 세계로 발돋움 하려던 나는 당황함을 감추고 책을 덮으며 동생을 향해 쿨하게 비소를 날렸다.

"넌 아직 남자가 아니야."




포기할 수 없었던 어른의 세계.

.............................까불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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