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폭풍의 언덕 | 1 ARTICLE FOUND

  1. 2009.02.15 통속 연애 창작물들

통속 연애 창작물들

Sundry 2009. 2. 15. 14:10


통속 연애 창작물 하면 떠오르는 것이 브론테 자매.

브론테 자매는, 나에게 그림이 없는 책으로서 할리퀸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남자 쥔공에게 폭! 빠지게 한 사람들이다.
그 당시에 읽은 책은 만화책을 제외하고는, 국민학교 우리 때는 일케 불렀다, 졸업 시기에 동네 짝꿍과 열광하며 바꿔 보던 아가사 시리즈와 홈즈, 뤼팽 등의 추리물.
검은 고양이, 죄와 벌, 몬테크리스토 백작, 행복한 왕자와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등등과 같은 호러물(?).
인어공주를 위시한 공주 시리즈는 동화책을 통해 복창 터짐을 패러디로 승화시키는 상태였다.
친구들에게 들려진 왕 구라 패러디. 이미 이때 난 구라 대왕이었다.

만화 외에 가슴 두근거리는 로맨스라고는 중 2때 친구 따라 강남 가면서 보게 된 할리퀸 시리즈.
왕섹시재력만빵의 남자 주인공들이 어리바리 금발에 쪼그맣고 예쁘장하지만 가난하고 자존심만 우라지게 센 여주인공을 마구 희롱하는 이야기가 거의 대부분이었던, 할리퀸이라는 앙증맞은 사이즈와 절단신공의 축약본에 한 서너 달 빠져 살았더랬다.

당시 저런 왕섹시재력만빵 남자 주인공을 상상하며 제2 창작의 세계에 빠져들어 친구들에게 구라본을 마구 돌리고 있을 때 즈음, 할리퀸만 읽으면 머리가 썩는다는 엄마의 부드러운 권유로, 장식품인 줄로만 알았던 양장본 세계 명작선집을 펼치게 됐다.

어쩐지 운명처럼 집어든 첫 번째가 <제인 에어>.
부자지만 어두운 과거를 지닌 남자와 좀 파란 수염이 떠오른다, 가난하지만 똑똑한 여자가 고난을 딛고 사랑을 확인하며 해피엔딩.

이때까지만 해도 심하게 남자 주인공을 흠모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읽어왔던 책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글자로 이루어진 책으로는 할리퀸을 제외하고 죄다 하드보일드한 책만 읽어온 거친 소녀에게 진짜 소녀의 세계를 경험케했다.
흥미진진하게 본 제인 에어이니까, 하면서 이름이 비슷해서 같은 사람인 줄 알고 고른 것이 운명의 <폭풍의 언덕> 여기서 굵은 글자 나가줘야 한다.
제인 에어-C.브론테 /  폭풍의 언덕-A. 브론테..... 브론테만 봤나 보다.


내 사랑 히스클리프!

기존 할리퀸의 남자 주인공들은 히스클리프 앞에 무릎을 꿇라!

히스클리프 때문에 폭풍의 언덕을 얼마나 봤는지, 부끄럽게도 양장본 실밥이 다 풀어질 정도였다.
여리고 여린 소녀는 이 악마와 같은 날짐승 히스클리프에게 막 빠져들었던 것이다.
밤마다 좋아했던 부분을 다시 펴들고 읽고는 자기 전에 그 장면을 상상하곤 했다.
특히 히스클리프가 죽은 캐서린의 환청을 듣는 장면은 몇 번을 보고 또 봤던 부분.

덕분에 엄마의 계획대로 할리퀸을 끊었다.
이후 나는 주변의 소녀 친구들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해졌다.
그녀들에게 늘 사지절단하드고어호러 구라와 애증질투욕망복수만연 구라를 치던 까칠한 소녀가, 막 달콤 폭신폭신 애절 삼삼한 로맨스구라를 치기 시작했던 거다.

아울러 친구들이 권해 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먼저 책을 봤었다. 까놓고 책으로 완독하진 못했고, 스칼렛이 남북전쟁으로 막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부분이 지루해서 읽다 말았다.
레트 버틀러와 스칼렛 부분은 언제나 즐거웠다.
레트를 떠나보내는 스칼렛을 향해 잡으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었다.
바보 같은 여자!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소설을 좋아한다.
이 소설이 더 좋아진 것은 BBC에서 제작한 미니시리즈 덕이다.
다시역의 콜린 퍼스, 이 아자씨한테 홀딱 반해버렸기 때문에 원작을 다시 읽게 됐던 책.
이 미니 시리즈 덕에 콜린 퍼스는 전 유럽 여인네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이 소설들을 '통속'이라고 묶는 것이 불쾌한 사람도 있을라나? 뭐 통속을 그렇게 나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 어차피 대중문화의 가치판단 기준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니까 넘어가자. 그러니까 묵힐 수록 맛이 좋았다면 그것이 또 명품이 아니겠어?
이 일련의 여류작가들의 작품은 할리퀸을 대체할 방법을 제시해준 고마운 통속연애소설들로 문학작품들을 그때의 감성에서 읽을 기회를 준 계기가 됐다. 아, 쪽팔리게 초등감상문 마무리;;;;;;
그러고 보니 할리퀸 작가들 대부분이 영국인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들의 창작물의 원조는 제인 오스틴이나 브론테 자매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수다가 길었다.


(+) 로맨스 소설
기본적으로 로맨스는 여자의 생명수다! 아싸!



폭풍의 언덕
국내도서>소설
저자 : 에밀리 브론테(Emily Jane Bronte) / 김종길역
출판 : 민음사 2005.03.15
상세보기

제인에어 2
국내도서>소설
저자 : 샬럿 브론테(Charlotte Bronte) / 유종호역
출판 : 민음사 2004.10.30
상세보기

오만과 편견
국내도서>소설
저자 : 제인 오스틴(Jane Austen) / 전승희,윤지관역
출판 : 민음사 2003.09.20
상세보기

엠마 Emma 10
국내도서>만화
저자 : 모리 카오루(Kaoru Mori) / 김완역
출판 : 북박스(만화) 2008.05.30
상세보기


<2006/06/12 : 엠마로부터 시작된 잡담>



'Sund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까먹은 것들 1탄  (0) 2009.02.20
<미녀와 야수>, 그것은 어른의 세계  (1) 2009.02.13
유년기의 끝 - 아서 C. 클라크  (1) 2009.01.14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