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staedtler | 1 ARTICLE FOUND

  1. 2010.03.24 지우개 달린 연필

지우개 달린 연필

일상 2010. 3. 24. 10:24


*
일전에도 연필 사랑을 외치며, 파버카스텔의 퍼펙트펜슬에 대해 이바구를 떨었다.
옆집 사람은 된장 연필이라며 놀렸지만, 진짜 된장 연필을 알면서도 괜히 그런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문구류의 세계가 생각보다 넓고 다양하다.
문구류에 대한 약간의 덕후심만 발휘해도 눈 돌아갈 만큼 멋지고 굉장한 물건들이 많고, 또한 그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일반인들은 절대 이해 못 할 세계 중 하나다.
집안에 굴러다니는 것이 볼펜이고 수성펜이고 연필인데, 하다 하다 별 돈지랄을 다 본다며 혀를 찰 만한 물건들이다.
덕후의 세계는 늘 아스트랄 한 것이니, 그냥 그러려니 하면 된다.

그렇다고 내가 몇십만 원짜리 펜을 휘두르거나, 몇만 원짜리 연필을 사용하는 건 아니다.
된장 연필이라고 놀림 받은 퍼펙트 펜슬은, 보호캡과 세 자루의 연필 세트로 구성되었고 가격은 만 오천 원 정도다. 따지고 보면, 연필 가격이라기보다 보호캡 가격이라고 보면 되는데, 역시 이해 못 할 사람은 별 돈지랄 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
퍼펙트펜슬은 외출 때만 사용하고 평소에 사용하는 연필은 지우개가 달린 연필들이며, 볼펜은 볼펜똥의 대명사 내친구 모나미 검정을 쓴다.
지우개 연필 중 가장 사랑하는 연필이 파버 카스텔의 보난자다.
보난자 외에도 두 종류의 지우개 연필을 사용하는데, 그 중 하나가 이제 한 자루 남아있어서 다 쓰기 전에 기념으로 사진이나 찍어서 포스팅이나 하자 싶었다.


삼형제: 아랫쪽부터 샌포드, 보난자, 오렌지, 그리고 깍뚜기 스테들러 지우개.

*
샌포드(sanford)는 언제 어떻게 내 수중에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언제부턴가 사용했던 연필이다. 10~11자루 정도 있었던 거 같다. 황색 바디에 옅은 벽돌색 지우개가 달렸다. 싸구려틱한 겉모습과 달리 필기감은 생각보다 괜찮았으나 지우개는 완전 후지다. 종이 다 찢어진다. U.S.A. 가격 모름.

보난자(bonanza)는 골드피버와 함께 사랑하는 파버카스텔 연필이다.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눈에 띌 때마다 구입해 비축분을 충분히 확보한다. 진한 오렌지색 바디에 붉은 자주색 지우개가 달렸다. 필기감이 굉장히 부드럽고 지우개 성능도 좋다. 상표는 독일사람껀데, 제조국은 인도네시아다. 한 타에 약 3000원 정도.

오렌지(orange)는 코찔찔이 때 대부분 사용하는 동아연필이다. 밝은 오렌지색 바디에 옅은 갈색 지우개가 달렸다. 이건 동생이 보난자인 줄 알고 동네 문방구에서 덥석 사온 연필이다. 셋 중에서 필기감이 가장 거친 느낌이지만 지우개는 쓸 만하다. 한국. 한 타에 2000원 선.

*
연필을 자주 사용하다 보니 굳이 연필꽂이에 꽂아놓거나, 홀더에 보관하지 않아서 자주 행방불명되곤 한다. 그래서 새 거를 꺼내고 하다 보면 책상 위에는 어느새 대여섯 자루들이 굴러다닌다. 그만큼이 되면 언제나 손이 닿는 곳에 연필이 있어서 더이상 새것을 꺼내지 않는다.

사진에서 제외됐지만, 몽땅이 두 자루와 모나미 두 자루가 책상 위에 굴러다닌다. 모나미 볼펜은 분명 세 자루가 굴러다녔는데 한 자루는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지우개 달린 연필들은 죄다 비슷한 옐로우 계열이다.

*
우연히 만났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던 샌포드.
보난자에 대한 나의 충성도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
오렌지는 깍은 지 얼마 안 된 한 자루와 새거 한 자루, 몽땅이 한 자루를 다 쓰면, 재구매할 생각없다.


지우개: 오른쪽부터 샌포드, 보난자, 오렌지. 오렌지는 원래 저 정도는 아닌데 오랜동안 굴러다녀서 지우개에 때가 좀 묻었다.

*
필기감은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이니까 이것저것 따지지 말자.
쿨에드는 기본적은 부드럽고 진하게 써지는 연필을 사랑한다.
그렇게 따지면 파버카스텔, 스테들러의 연필들이 상당히 필기감이 부드럽고 진하다.
그립감으로 따지면 골드피버나 스테들러가 좋다.

(+)
최근에는 다양한 노트와 함께 끝내주는 연필깎이들을 구경다닌다.
아직 사용하지 않은 노트를 소비해야하지 않겠느냐며, 스스로 질책하며 노트의 유혹을 뿌리치며 아이쇼핑만으로 만족하고 있다.
연필깎이는, 중딩때부터 사용하던 걸 여지껏 쓰고 있는데, 이게 언밸런스하게 연필을 깎아대서 연필을 쥘 때마다 상당히 신경에 거슬린다. 그래서 연필깎이를 새로 사야겠다고 맘은 먹는데, 밸런스에 문제는 있지만 아직은 그럭저럭 쓸만하다 싶어서 소탈한 척 굴며 미룬다. 그러나 연필을 쥘 때면 여전히 균형을 맞추려고 몇 번씩 연필을 고쳐쥐며 사용한다.
뭐, 나란히 병은 내 오랜 친구니까.



[생활자 모드] - 완벽한 나의 연필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연 안전한 저장 도구가 있긴 할까?  (0) 2010.03.31
스님, 중생들이 이렇습니다....  (0) 2010.03.22
인터넷 서점 비교  (0) 2010.03.17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