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 : 이눔의 해적판들! 구글 검색에 앤라이스 작품 - Beauty's Punishment('화석의 나라' 원제)로 검색된다는 사실.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건 10년도 후딱 넘은, 아~주 오래 전 일이다.
친구가 선배에게 빌린 책을 가지고 와서 둘이서 침대에 누워 한 페이지씩 큰 소리로 읽으며 막 웃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이 책은 친구와 다정하게 웃으며 읽을 책은 아니다.
아나이스 닌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이라면 이유를 알것이다. 그리고 친구와 침대에 누워 큰소리로 읽었다는 부분에서 나쁜 취미를 가진 커플이라 여길 것이다. 그러나 우린 커플이 아니다. 게다가 건전하지는 않지만 나름 순수하고 신선한 꽃처녀들이었다.

어쨌든, 당시 아나이스 닌은 이름마저 생소했다.
우리가 <화석의 나라>를 읽었던 이유는 당시에는, 그리고 지금도 찾아보기 힘든 에로티시즘 때문이었다. 마치 동화처럼 시작하지만 내용은 20금 정도의 성인용이었다.
그러나 나긋나긋 부드럽고 섬세한 문장은 단순히 포르노라고 치부하기에는 아까운 소설이었다.

책을 다 읽지 못하고 다음날 원주인에게 돌려줘야 해서 많이 아쉬워 연장을 청해보았지만, 까탈스러운 원주인은 다시 빌려줄 생각이 없었다. 뭐, 책을 빌려올 때도 딱 하루 기한이었으니, 좀 팍팍한 책주인이었다. (그 맘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렇게 잊혀진 그 책은, 몇 년 전 우연찮게, 케이블에서 방영한 <헨리와 준>을 보게되면서 생각이 났다. 아나이스 닌과 정말 똑같았던 마리아 드 메데이로스(정말 매력적인 배우; 펄프픽션에서 브루스 윌리스의 연인으로 나옴). 이 영화가 처음 개봉했을 때는 아나이스 닌과 <화석의 나라>를 연관시키지 못했는데!
그래, 그 작가가 아나이스 닌이지.

그리고 가물가물한 기억을 떠올리며 그 책을 찾아 헤맨 덕에 몇 권의 책을 발견했다. 제목으로 봐서는 그 소설인지 아닌지 알수 없었다. 게다가 아나이스 닌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해서, 그나마 있는 정보로는 알길이 없었다. 그래도 밑져야 본전..... 생각은 좀 나겠지만, 도전해보자 싶었다.
가격은 중고지만 원가보다 높다. 이런 책들은 대부분 다시 출간되기 어려운 책인 경우가 많다.
1997년에 나온 책이니까 어쩌면 다시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살짝 망설이다가, 마냥 기다려도 재출간되지 않는 래이 브래드버리를 생각하니, 놓치면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그래서 급히 구입을 추진했지만 불발됐다.(망설이는 동안 책이 판매된 것이다) 그래서 당시 발간한 출판사에까지 문의를 넣었지만 역시 불발.
그때만 해도 찾아다닌 희귀본 득템에 모두 실패한 터라 의욕을 잃고 잠시 중고책 사냥을 중단했다.

그리고, 올해 콜린윌슨의 <잔혹> 초판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아나이스 닌의 <화석의 나라>.
느낌이 왔다. 내 기억 속의 그 소설은 이런 제목이 어울렸다.
그래서 급히 찜하기 위해 판매자에게 문의를 넣고 바로 입금했다. 그리고 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것이다.
절판된 책 운이 그닥 좋지 않은 나로서는 오랜만에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나이스 닌은 돈을 벌기 위해, 남자들이 읽을 포르노 소설을 썼다고 누군가 비아냥거린 글이 떠오른다. 아나이스 닌의 재능이 그렇게 희생됐다는 점에서 안타까워하는 글이었지만, 내 생각에는 나름대로 꽤 멋진 일을 해낸 것 같다. 진실이 어떻든 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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