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포기한 책이었다.
그저, 찔끔찔끔 나오는 야스나리 단편집을 선별하여 구입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러나, 야스나리 단편집은 다른 문호들의 단편집 처럼 중복이 많아 아무리 고르고 골라도 여러 번의 중복을 피할 수 없었다. 그 때문에 포우의 단편선이 나올 때는 정말 환호하며 기뻐했었다.
맨 그 밥에 그 나물로 같은 것이 여러 번 중복되어 다양하지 못했다. 그럴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가와바타 야스나리 전집>이었다.
이 책은 친구 언니의 책이었다. 이 책을 빌려봤을 때, 내게 야스나리는, 여느 사람들처럼 <설국> 작가일 뿐이고, <설국>은 어쨌든 청소년이 읽어야 하는 명작 중 하나였고, 왠지 항상 <오싱>과 헷갈렸던 작품이었다.
그런데 이 걸작선을 읽고 나서는, 더 이상 <설국>과 <오싱>을 헷갈리지 않았다!(헷갈렸던 게 이상한거야;;;)
걸작선은 단편집이다. 이것은 6권짜리 전집이었는데, 내가 읽은 것은 그 중 세 번째 책이었다.
69년도 판답게 세로줄에 한문이 25%를 넘게 차지한 책이다. 아, 한문 까막눈인 나로서는 대단히 어려운 과제였다.
그런 난제(?)에도 불구하고 난 이 첵을 사랑하고 말았다. 한달을 빌려 읽으며 정말 어떤 작품은 두세 번 다시 읽고 또 읽기도 했다.
칼날처럼 날카롭고 유려하며 섬세한 표현과 문체. 분명히 <설국>도 그러했을 텐데, 난 왜 여태껏 몰랐을까? 왜 난 <오싱>과 <설국>을 헷갈렸던 것일까.
책 욕심이 많던 난 눈이 뒤집혀서 그 낡고 오래된 책에 대한 욕심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그 책을 내게 팔게 할 수 있을까 하고 고심하며 친구 옆구리를 찔러댔다.
그러나 '택도 없는 소리'였다. 친구 언니는 유학가면서 그 책도 가지고 갈 정도로 그 언니에게도 애착이 남다르던 책이었다.

그랬다. 그래서 언젠가 나오지 않을까, 하며 생각날 때마다 신간 소식을 뒤적거렸다.

그리고 헌책방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하게 발견했다. 바로 내가 읽었던 세 번째 책.
이렇게 기쁠 수가!
40년이 넘은 책이라, 상태는 그닥 좋지 못하다. 종이 변색은 예상보다 심했고, 그래도 변색된 것에 비해 구김이나 넘긴 흔적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_=;
케이스를 강조해서, 케이스가 상당히 깨끗한가 했는데.. 케이스는 완전 낡고 낡은 걸레같았다.
음, 보면서 막 병균 옮을 거 같아서 손가락 끝으로 집어서 재활용통에 넣었다.
하드커버임에도 많이 낡았다. 뭐랄까 습기에 절은 것 같이 흐물거리는 것이... 이것도 병균 옮을 거 같아서, 일단 베란다에 놓아두었다.
책을 구한 건 기쁘지만, 뭔가 조치가 필요할 듯. 시간이 되면 인쇄소에 가서 제본을 다시 할까 생각 중이다.
전권을 구입하고 싶지만, 책 상태를 보아하니, 조금 망설여진다=_=;
일단 이 책 구제방법부터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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