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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14 유년기의 끝 - 아서 C. 클라크 1


유년기의 끝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아서 클라크 (시공사,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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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서 클라크가 작년 3월에 타계했다는 걸 며칠 전 알았다.
그리고 서둘러 찾아본 것이 르귄 여사와 브래드버리씨의 연세였다. 다행스럽게 아직은 괜찮으신 연세다. 아니, 조금 조심하셔야 할 연세다. 하지만 클라크 할배가 90세까지 사셨으니 그보다 열 살 정도 적으신 르귄 여사는 안정권이다. 그러나 브래드버리씨는 클라크 선생보다 고작 세살 어리시다;
그러고 보니, 마르께스, 투르니에 할배도 연세가........................
어쩐지 20세기가 정말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조금 쓸쓸한 느낌이랄까.
경이로움과 혼돈이 공존하던 20세기. 아, 혼돈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지만, 그때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은 이제 좀체 느끼기 어려워진다.
연세 드신 20세기 거장들이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다시 <유년기의 끝>을 읽었다. 읽느라 아침 5시에 잤다.

인류가 달의 환상을 깨기 전인 1952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실망하기 전에 그것부터 생각했으면 좋겠다. 간혹, 생각보다 시시하다는 얘기에 내가 다 씁쓸한 마음이 들어서인데, 앞에서 얘기했듯이, 21세기는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 그것을 무시하려는 건 아니고. 많은 작품이 예전의 명작들을 재해석하거나 오마주로 차용하는 때가 많다는 거다. 이 작품은 어디서 들어보니 <신세기 에반게리온>도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어쩐지 서구 열강에 의해 식민지화되던 동양이 겹쳐진다. 곱지 않게 보면 제국주의 식민화를 정당하다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 밖에도 세계는 영어로 통일되고, 고상하고 지적인 오버로드는 영어만 한다는 둥. 그래, 난 좀 아쉬웠다. 오버로드가 이타적 존재로 좀 더 다양한 언어를 구사한다든지, 언어의 영역을 넘어 소통한다든지(아, 이럼 얘기가 안 되는 거고)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인간이 꿈꾸던 유토피아가 되었다, 일단. 그러나 유토피아와 천국의 이상적 모습에 늘 떠오른 이미지처럼, 천국이라는 것이 얼마나 지루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만족하고 사는 인간이라니. 그래서 잰이 있었다. 결국, 그는 인류 진화의 마지막 목격자이며 마지막 구세대 인류로서, 환호했다.

어쨌든,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 건, 우아하고 고상한 존재, <오버로드> 때문이다.

진화에 들어선 인류는, 어쩐지 포턴벨트는 이 소설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그냥 우주 일부가 된다. 그것은 어떤 높은 존재가 되는 건데, <높다>라는 건 초감각적인 진화를 얘기한다. 그러니까 지금 구세대인 나로서는 그 진화는 상상할 수 없다. 그것은 <창조자>의 위치에 서는 것과 같은데, 개인이 아닌 하나의 <존재>가 되는 거다. 여기서는 그 존재를 쉽게 <오버마인드>라고 한다. <오버로드>처럼 이름에서도 나오듯..... .............그런 거다.

인류는 <오버마인드>의 일부로서 진화한다. 종교적으로 말한다면 신의 일부가 된다는 의미다. 그 진화의 과정으로 구세대와 지구를 흡수한다. 천재지변처럼 우주 일부가 된다.
이런 원시적이면서 원론적인 상황을 좋아한다. 그러나 만약 내게 <진화>와 <오버로드> 중 선택을 하라면, 그들이 날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망설임없이<오버로드>다.

우주를 정복하고 지력과 통찰력을 지녔지만 이미 진화의 한계에 온 <오버로드>.
그들의 고독조차도 우아하고 아름답다. 그리고 그들은 한계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간다. 그들 스스로 불완전하고 완벽하지 않은 것을 보충할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는 모습이, 오히려 인간적이다. 물론 인간 따위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만큼, 그들은 우아하지만.

젠에게 선택의 기회가 왔을 때, 젠은 인류의 진화를 목격하는 최후의 구세대로 남길 희망하며, 그 과정을 <오버로드>에게 생생히 전달한다.
그는 <오버로드>에게 그 현장을 알리며 끝까지 자랑스러워 한다. <오버로드>보다 우월한 인류의 진화를 환호하며 자신도 그 빛 속에서 사라진다.
쳇................

나라면 <오버로드>와 함께 떠났을 것이다. 신인류의 양분이 되는 것이 억울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우아한 <오버로드>와 좀더 함께 하기를 원했을 것만 같다.
그리고 <오버로드>는 내게 실망하겠지;;;;;
항상 이래서 난 주인공이 되기 어렵다.


(+)
현재 마지막으로 출간된 시공사의 그리폰북스에서 나온 <유년기의 끝>은 오역과 오타가 많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 싶지만은, 제대로 완역되어 다시 출간되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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