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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향림 - 찻집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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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디카를 꺼내서 사진 좀 찍을라 했더니, 카드리더기도 말썽. 또다시 컴터 파워 때문에 본전 생각. 아놔, 컴터조립가게 아자씨 진짜 저주!


올만에 사진 좀 찍을라 했더니, 야메 밧데리 하나가 맛이 갔다. 역시 정품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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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주문한 커피가 도착했다.
이전에 탄자니아AA+는 핸드드립이라는 걸 첨 해보는지라 대충대충이어서 제대로 즐기질 못 했더랬다. 그래도 워낙 향이 좋기도 했고 간혹 운좋게 그럴싸하게 나올 때면 딱 내 취향인기라.
핸드드립 법을 대충 훑어보고서 시작한 막드립.
그러나 열심히 물줄기는 돌려주지만 방법은 거꾸로요, 굵기는 제멋대로에, 그래도 들은 풍월이 있어 가지고서리 가늘게 뽑을라고 조절해보지만, 부르르 떨리는 손목에 물줄기 뚝뚝 끊길 뿐이고.
뜸 들이는 시간 못 기다려 거품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물을 디립다 부어버리거나, TV보다가 깜빡 잊어먹기를 밥먹듯 하고.
게다가 생활자답게 아깝다며 액기스 다 뽑아낼 심산으로 맹탕 올라올 때까지 물을 붓는다.
그리고는 쓴맛 신맛 울컥 우려낸 커피 맛에, 원래 이 커피는 이런 맛이라며 자위질해댔다.
그렇게 막드립을 해대며 <우려낸> 커피 맛은 미묘했어도, 넘치도록 물을 가득 부어줄 때 황금색 거품이 올라오면서 향기로운 커피향이 집안 가득 퍼질 때는, 여느 카페 안 부럽다, 나는 이때가 가장 좋다며 잘난척 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진하고 쓴 맛이 강한 커피 맛은 원래 그러려니 하며 자위질로 넘어가기엔, 내 혓바닥도 나름 커피 좀 마셔본 혓바닥이라, 드립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드랬다.
이런 내 막드립을 들은 옆집 b급마쵸씨가 그게 뭐하는 짓이냐며, 제대로 된 드립 법을 알려주었지만, 수중에 남은 커피가 없더란 것이다.
그래서 주문한 것이, 만델링.


이번엔 잘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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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더듬어, 아 그래 이 커피가 무지 고소했던 기억이 나는 기라. 그래서 즐겨 마셨더랬다.
뭐, 카페에서 메뉴판에는 흘깃 눈길만 주고 다른 건 상관없다는 태도로(나도 허세 좀 부려보고 싶었다!) 주문해서 즐기기까지는 좀 시간이 걸리긴 했다.
이름이 기억 안나서 자바를 선택하는 확률이 50~60% 정도라, 이런 악순환을 멈추고자 동석한 친구랑 각각 자바, 만델링을 주문하곤 했다. 그렇게 몇 번 반복한 후에야 만델링이라는 이름을 외웠다는 바보같은 얘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매번 가던 카페가 대부분이었지만, <늘 마시던 거>라고 할만큼 재수없진 않았다! 아니, 한 번쯤 해보고 싶긴 했지만.... 어쨌든, 그랬음 아직도 이름을 못 외웠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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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연으로다가 만델링이 왔다. 아, 이 향기로운 냄새, 아니 향!
아울러 서비스로는, 내가 초콜릿 향을 좋아한다는 걸 아는 건지, 예맨 모카가 딸려왔다.
상자를 열고 함께 주문했던 필터와 커피를 꺼낸 후, 주전자를 찾아 헤매기를 2시간. 역시 우리 엄니가 숨기면 아무도 못 찾는다.


안녕하세요, 스댕이에요. 양은이들 보다는 꽤 값이 나갑니다.

그렇다. 주전자다.
은빛 광채가 나는 <고급 스테인레스>의 멋들어진 것도 아니며, 앤틱한 분위기의 동(銅)으로 만든 드립포트 같은 것도 아니다.
그냥 스댕 주전자다.
없으면 없는데로 구색만 맞으면 된다! 그래도 컵으로 드립다 부어 내리는 거보다는 낫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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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댕 주전자도 찾았고 하니 새로운 맘으로 핸드드립 준비를 했다.

좀 뿌옇고 어두운 건 리더기가 고장나는 바람에 핸펀으로 찍은 거. 그나마 나은 사진으로다가 골랐다.


플라스틱 3-4인용 드리퍼에 1-2인용 필터 착용. 아씨 따지지 말어. 비루한 도구라도 구색만 맞으면 되는 거다!


스댕 주전자의 막드립.


살짝 적시기.


뜸 들이기.


두 번째 드립.


거품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중. 아 열라 오래 걸려....


마지막 가득 붓기. 물줄기가 굵다보니, 순식간에 차올라 버린다능.


거의 다 됐다!



물 붓는 중에는 도저히 찍을 수  없었다. 담에 또 이 오지랖을 부리게 되면 삼각대를 써야지;
이상 어설픈 막드립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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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주전자의 약점은 물줄기가 굵다는 거다. 굵기 때문에 천천히, 우아하게 돌리기란 어렵다.
나름 스댕 주전자 주댕이로 흘러나오는 물줄기를 최대한 가늘게 만들려고 애는 쓰지만 뚝뚝 끊어지다가 왈칵 쏟아지는 게 대부분이고, 그런 사이에 부드럽고 아름답게 물줄기 돌리기란 꿈도 못 꾼다. 게다가 기본 사양으로다가 수전증은 나도 어쩔 수 읎다.
드립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일정한 굵기의 가는 물줄기라지만, 어차피 이런저런 조건으로다가, 난 그냥 굵은 물줄기와 막돌리기로 승부 본다.
그래도 이게 물줄기의 굵기, 속도 등에 따라 맛이 상당히 달라진다고 한다. 봐주는 거 없다. 커피는 생각보다 까칠하시다.
그렇다고 비싼 드립포트를, 이 내가 살 턱이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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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옆집 b급 마쵸씨가 알려준 생활자들을 위한 팁. <사진은 b급마쵸>


안녕하슈. 사연 많은 양은이라지요. 난 좀 빅한 사이즈라오.

이거다. 양은 주전자. 대부분 막걸리를 담곤 한다.
막걸리가 담겨있다보니, 옆구리가 움푹 팬 모양이 익숙하다.
불에 올려놓고 끓이는 용도가 아니니까 이 정도면 된다.
그렇다. 이 양은 주전자를 <양은 드립포트>로 커스터마이징 하는 거다.


주둥이를 뺀찌로다가 쥐어 준다. 꽤 귀여운 주댕이다!

양은 주전자 주둥이 입구를 펜치로 쥐고 살짝 눌러 지름 0.5cm 미만으로 모아주면 된다.
사진은 주전자의 크기가 좀 큰 관계로 주댕이가 좀 넓다. 이럴 때는 사진처럼 주둥이 아래쪽 끝을 살짝 눌러 물길을 맹글면 되것다.
그렇게 해서 물을 부어보면,


이것이 <양은 드립포트>다! 야, 몇만 원짜리 드립포트 필요없다!

그럴싸 하다!
이것이 바로 생활자의 지혜가 아니던가.
맛에서도 차이가 난다고 하니, 나도 양은 주전자 사서 <양은 드립포트>로 커스터마징 하여 더 나은 커피를 마시리라. 나는 좀 스몰한 걸루다가 살 테야.


다른 건 몰라도 드립 횟수와 뜸 때를 알고 하니까 저번보다 훨씬 맛이 좋아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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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道라는 게 있듯이, 커피든 홍차든 녹차든, 차를 마시는 것 자체가 일종의 미학인데, 그래서 그 미학이 욕심나지 않다면 고짓말이다.
스테인레스든 동이든 은이든, 늘씬한 아가씨 팔같은 주댕이에서 흐르는 물줄기가, 커피를 적시며 향기롭고 풍성한 거품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건 스테인레스 드립포트. 같은 스댕이라도 포스가 다르다. 은일지도...

따뜻하게 데운 도자기 드리퍼나, 원뿔 모양의 융으로 만든 거름망과 적당한 온도를 알려주는 온도계나 원두를 갈아주는 앤틱한 모양의 밀도 그렇고. 난 라떼를 좋아하니까 에어로치노나, 핸드드립의 번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근사한 에스프레소 머신이도 갖고 싶고, 욕심을 내자면 한도 끝도 없다.
하지만 섬세하지 못하니 바리스타 할 성격은 못 되고, 뭐, 이눔의 수전증으로 택도 없을 테고. 그렇다고 취미로 구색을 갖출 만큼 홀릭한 것도, 부지런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커피는 사랑하니, 누가 내게 매일 이런 향기로운 커피를 아름다운 모습으로 핸드드립 해준다면야 얼마나 좋을까마는, 없으니 넘어가고.

그래도 지금 이 순간 딱 하나 가지고 싶은 건 있다.
바로 텀블러.
내껀 너무 오래되고, 아웃도어용이라 열라 심플하다. 아놔 심플 좋아하지만.......


한 9년 사용한 내 텀블러.

모양새만 봐도 멋이라곤 없다. 그저 기능만 강조한 스탈.
아웃도어 냄새가 좀 나고, 몸체는 뜨거워서 손잡이가 달려있다.
가끔 엄니께서 물에 담그셔서 물 빼느라 마구 흔들어주어야 했으나 여전히 성능에는 이상이 없다.
어쨌든 참 튼튼하긴 하지만, 나 좀 예쁜 걸루다가 텀블러 가지고 싶다.
라떼로 많이 마시기 때문에 좀 큰걸루다가.
신지카토에서 나온 베어시리즈가 맘에 들지만 280ml라 좀 작다.
좀 큰 거는 선택 기준이 좁아 20% 아쉬운 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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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갓 내린 커피를 낡은 텀블러에 담아, 사람 좋아보이는 팻 매스니나, 까칠한 키스 자렛도 좋고, 박향림도 좋다. 요즘은 옆집 b급마쵸씨가 선곡한 서양까페음악을 들으며, 창으로 들어오는 사기성 햇빛에 눈을 가늘게 뜨고 책장 앞에 앉아 책을 꺼냈다가 다시 정리하는 오덕질에 심취하는 게으름뱅이 시간이 난 참말로 좋다.

이게 말하자면 야메 다방이라는 거다.

그 찻집 아가씨는 곰보에 짱아찌 코지만,
마음은 비단결에다가 헤죽헤죽 웃는 입술은 앵두란다.
아이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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