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감이니 뭐니 컴 화면에 눈을 박고 손만 놀리다 보니,
머리는 깡통이 되어 버린 것이 벌써 몇 달.
그동안 읽은 책이라곤 만화책과 이미지 차트 뿐.
* 일본 작가에 대한 편견
일본 작가의 소설은 사실 금세 질려버리는 경향이 있어서 즐겨 읽는 작가의 작품을 몇 개 되지 않는다.
90년대 열풍이라 할 수 있던 하루키도 몇 번의 시도 끝에 수필집 한 권 외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무라카미 류는 처음 읽은 것이 빌어먹을 <교코>라서 역시 다른 책은 성공하지 못했다.
에쿠니 가오리는 <반짝반짝 빛나는> 외에는 크게 인상에 남지 않았다.
요 세명의 작가를 통틀어서 떠오르는 건 <블루>다.
아, 식상하여라!
요시모토 바나나는 어린 날, <키친>과 <슬픈 예감>의 잔잔한 감성에 잠시 빠졌으나, 그 이후 선택한 <멜랑꼴리>라는 책에 패하고, 이후 시도한 <N.P>에서도 실패하고 이후에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최근에는 다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도마뱀>을 읽었으나 역시 만족스럽지 못했고, 아니 진짜 별로였지만,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하치>에 도전했지만, 역시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 끈질김은 뭔가 그때의 감성을 찾기 위한 시도라 본다.
바나나의 다른 소설들을 못 읽어 내리는 것이 감성이 노후화되어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뭐랄까, 지금도 <키친>과 <슬픈 예감>은 더듬 더듬 그때의 감성을 불러 일으킨다. 그렇게 보면 단순히 내 감성의 노후화를 탓할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러나 또 다르게 보면, 그 시절 읽었던 그 느낌이 남아있기 때문에 다시 끄집어 낼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어쨌든 요시모토 바나나는 무조건 패쓰할 예정이다.
* 야마다 에이미
|
그러다 야마다 에이미라는 일본 작가의 책을 보게 됐다.
호스티스 등의 독특한, 아니 파격적인 이력이 있는 그녀가 일본 문단에 들어서고 게다가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오르기까지 그 파문은 굉장했다. 외모 또한 겁나
야마다 에이미의 <120% coool>은 초록색 커버의 책이다. 이건 예전부터 선배들의 책장에서 자주 발견된 책이었다.
분야가 그러해서, 나는 이것이 컬러 챠트나 텍스쳐 챠트라 멋대로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여전히 선배들의 책장에 고이 모셔진 이 초록색의 낡은 책이 궁금해 꺼내 펼쳐 보았더니, 컬러가 아니라 텍스트가 즐비한 소설이었던 것이다!
정기적으로 책장을 엎어 책을 갈아치우는 선배 조차도 10년 넘게 이 책을 간직하고 있는 이유가 궁금해서 드디어 그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야마다 에이미를 알게 됐다.
<120% coool>
훌륭한 표제였다. 그리고 그것에 어울릴 만큼 쿨한 단편들이었다.
100%가 아닌 120%, cool이 아닌 coool.
일반적인 범위보다 넘치는 쿨함이다. 두 명의 <무라카미>가 늘상 말하는 쿨함과는 다르다. 물론 두 명의 <무라카미>도 각각 쿨함이 다르지만.
그녀의 쿨함은 단순하고 스트레이트하다. 아, 이 얼마나 간단명료한가!
거창한 미사 어구, 자질구레한 잡설이 없다.
말 그대로 쿨하고 명료하다.
그래서 120% coool 인갑다.
'Sund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힘든 에로에로의 생활 (0) | 2005.05.25 |
---|---|
조선시대 승지와 교리의 사랑을 그린 - 순흔(脣痕) (0) | 2004.06.19 |
파타리로! (0) | 2003.1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