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다 에이미

Sundry 2004. 11. 13. 03:59

최근 마감이니 뭐니 컴 화면에 눈을 박고 손만 놀리다 보니,
머리는 깡통이 되어 버린 것이 벌써 몇 달.
그동안 읽은 책이라곤 만화책과 이미지 차트 뿐.

* 일본 작가에 대한 편견

일본 작가의 소설은 사실 금세 질려버리는 경향이 있어서 즐겨 읽는 작가의 작품을 몇 개 되지 않는다.
90년대 열풍이라 할 수 있던 하루키도 몇 번의 시도 끝에 수필집 한 권 외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무라카미 류는 처음 읽은 것이 빌어먹을 <교코>라서 역시 다른 책은 성공하지 못했다.
에쿠니 가오리는 <반짝반짝 빛나는> 외에는 크게 인상에 남지 않았다.
요 세명의 작가를 통틀어서 떠오르는 건 <블루>다.
아, 식상하여라!
요시모토 바나나는 어린 날, <키친>과 <슬픈 예감>의 잔잔한 감성에 잠시 빠졌으나, 그 이후 선택한 <멜랑꼴리>라는 책에 패하고, 이후 시도한 <N.P>에서도 실패하고 이후에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최근에는 다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도마뱀>을 읽었으나 역시 만족스럽지 못했고, 아니 진짜 별로였지만,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하치>에 도전했지만, 역시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 끈질김은 뭔가 그때의 감성을 찾기 위한 시도라 본다.
바나나의 다른 소설들을 못 읽어 내리는 것이 감성이 노후화되어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뭐랄까, 지금도 <키친>과 <슬픈 예감>은 더듬 더듬 그때의 감성을 불러 일으킨다. 그렇게 보면 단순히 내 감성의 노후화를 탓할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러나 또 다르게 보면, 그 시절 읽었던 그 느낌이 남아있기 때문에 다시 끄집어 낼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어쨌든 요시모토 바나나는 무조건 패쓰할 예정이다.


* 야마다 에이미

120% COOOL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야마다 에이미 (민음사, 2008년)
상세보기
2008년재판된 표지는 붉은색.

그러다 야마다 에이미라는 일본 작가의 책을 보게 됐다.
호스티스 등의 독특한, 아니 파격적인 이력이 있는 그녀가 일본 문단에 들어서고 게다가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오르기까지 그 파문은 굉장했다. 외모 또한 겁나 무섭게 화려하게 생겼다.

야마다 에이미의 <120% coool>은 초록색 커버의 책이다. 이건 예전부터 선배들의 책장에서 자주 발견된 책이었다.
분야가 그러해서, 나는 이것이 컬러 챠트나 텍스쳐 챠트라 멋대로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여전히 선배들의 책장에 고이 모셔진 이 초록색의 낡은 책이 궁금해 꺼내 펼쳐 보았더니, 컬러가 아니라 텍스트가 즐비한 소설이었던 것이다!
정기적으로 책장을 엎어 책을 갈아치우는 선배 조차도 10년 넘게 이 책을 간직하고 있는 이유가 궁금해서 드디어 그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야마다 에이미를 알게 됐다.
<120% coool>
훌륭한 표제였다. 그리고 그것에 어울릴 만큼 쿨한 단편들이었다.
100%가 아닌 120%, cool이 아닌 coool.
일반적인 범위보다 넘치는 쿨함이다. 두 명의 <무라카미>가 늘상 말하는 쿨함과는 다르다. 물론 두 명의 <무라카미>도 각각 쿨함이 다르지만.
그녀의 쿨함은 단순하고 스트레이트하다. 아, 이 얼마나 간단명료한가!
거창한 미사 어구, 자질구레한 잡설이 없다.
말 그대로 쿨하고 명료하다.

그래서 120% coool 인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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