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제(Funeral Blues) - W.H. 오든
모든 시계를 멈추고, 전화를 끊어라
울부짖는 개들을 막아라
피아노를 멈추고, 드럼도 덮어라
관을 꺼내고, 조문객을 오게 하라
비행기를 머리 위에 뱅뱅 맴돌게 하여
하늘에 휘갈겨 쓰노라. 그가 죽었노라고
거리에 하얀 비둘기들의 목에 타이를 매고
교통 순경들에게 검은 장갑을 끼게 하라
그는 나의 북쪽, 남쪽, 동쪽, 서쪽이었다
그는 나의 일하는 주중과 일요일의 휴식,
나의 정오, 나의 자정, 나의 말, 나의 노래였다
사랑이 영원할 줄 알았는데, 내가 틀렸다
이젠 별들도 필요 없다. 다 치워버려라
달을 봉해 버리고, 해를 무너 버려라
바닷물을 쏟아내고, 숲을 배어 버려라
이젠 어떤 것도 무의미해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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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하게도, 우울하던 때에 이상하게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 <오든>이다.
예전에 지나치게 심각한 우울증으로 조금 고생했을 때,
<오든>이 내 손에 있었다.
이 시는 <네 번의 결혼식, 한 번의 장례식>에서 나의 사랑 존 한나가 극중 연인이었던 가레스의 장례식에서 읊던 시다.
너무 아름답고 처절해서 막 코끝이 찡했던 바로 그 시.
다시 읽어봐도 가슴이 미어진다.
다시 오든, 아울러 테니슨에 빠져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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