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장인이 하나하나 손으로 직접 고른 생두와 정성으로 로스팅한 원두와 신선도 유지를 위한 판매 시스템에… 티끌만큼의 오점과 실수는 있을 수 없다는 자부심.
아마 난, 커피가 아닌 예술품을 구매한 듯.
쓰다 보니 과정이 너무 길어 짧게 정리하자면,
늘 커피를 주문하던 쇼핑몰에서 주문한 커피에 문제가 있다는 의문을 품고 문의.
메일을 보내기까지 일단 내 실수가 없는지 꼼꼼히 따졌다(디테일 과정을 봅니다).
그러나 양해 한마디 없는 대응 태도와 멋도 모르는 게 까분다는 취급만 졸라 받음.
결과적으로 이상이 없다는 검사 결과로 그들의 승리.
나만 그냥 찌질이 됐다능.
그 과정 동안 그들의 당당하시고 꼿꼿한 태도에 나만 찌질해지는 거 같고, 그래서 잊으려고 했는데,
버리려고 둔 검사지와 메시지 카드 보고 다시 울컥하여 결국 포스팅 함.
디테일한 과정은 이랬다.
* 평소와 달랐던 택배 상자.
상자가 이상했던 게 아니다. 상자를 열었을 때, 평소 온 집안에 퍼졌던 향기로운 커피 향이 달랐다. 아니 향기가 나지 않았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무려 1kg이었다. 200g의 커피만으로도 방안에 번졌던 신선한 커피 향을 기억하기에, 여기서부터 갸우뚱했다.
그래도 워낙 이 쇼핑몰에 대해 이미지도 좋았고 나름 친구들한테 소개해줄 만큼 신뢰를 하는 곳이다.
그래서 의심없이 밀폐포장이 잘 되어 있어서겠지, 생각했다.
* 탔다?
밀폐 포장을 뜯으니 더욱 이상했다. 향이 달콤하게 퍼지던 향이 안 난다. 코를 갖다 대니, 탄내가 강하고 그 틈으로 미세하게 특유의 향이 날 뿐이다.
내 코를 의심했다. 여기까지도 그럴 리 없다 여겼다. 이때 반품했어야 했다-_-;;;;
그래서 평소대로 열심히 더치를 만들었다.
외출했다 돌아오신 엄마는 커피 뽑는데 그닥 향이 안 난다고 하신다(더치 뽑을 때는 온 집안에 향기로운 커피 향이 그득했었다).
* 이건 검은 물
뽑은 지 하루 지난 커피를 먹어보기로 했다. 밀폐용기를 여는 순간, 습관처럼 향을 음미하는데...... 아무 향도 안 난다.
깜놀해서 콧구멍을 갖다 대니 쓴 향 사이로 미세하게..... 향이 나는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일단 뜨거운 물을 넣어 마셔보았다. 역시 이건 뭐지? 라는 의문 부호만 떠오른다.
나보다 향과 미각이 예민하신 엄마께 드려 보았다. 엄마도 이상하다 하신다.
* 부글부글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커피를 마셨던 엄마가 배에 가스가 찬다며 화장실을 들락날락하셨다. 이후 나 또한 마찬가지.
이때까지는 원인이 커피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래서 우린 계속 커피를 마셨다.
며칠 지나자, 슬슬 원인이 커피라는 걸 알게 되었고, 여러 가지 정황을 정리해보았다.
혹시 물이 문제일까(정수기) 의심을 해보았으나, 그때까지 커피를 마시지 않던 동생은 아무 이상이 없었다.
엄마와 나도 증상은 커피를 마실 때만 나타났다.
그래서 모카 포트로 커피를 뽑아 보았다. 역시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 인체 실험(마루타: 쿨에드, 어마마마, 아우)
혹시 이전까지 잘못 주문한 디카페인에 적응되어 이러는 건가 싶어서 일단 3일 정도 커피를 끊었다.
그리고 직접 로스팅하는 커피 전문점에서 더치를 주문해 마셨다.
이상 없음. 카페인에 민감해진 건가 싶어서 순간, 이제 커피 못 마시나 걱정했다ㅠㅠ
다시 울집 커피를 마셨다. 역시 설사와 가스........;
이번에는 친구가 같은 곳에서 주문했던 원두로 만든 더치를 우리집 물로 끓인 정수물에 섞어 마셨다.
아 시바스.... 이상 없다.
* 명백하다, 그러나 그건 내 생각이고...?
원인은 명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0월 30일 해당 쇼핑몰로 메일을 보냈고, 다음날 통화를 했다.
* 그들의 자부심
뭐 홈페이지에서도 그들의 자부심이 얼마나 대단한 지, 안다. 나 또한 그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상 증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탄내가 나고 커피 향이 나지 않았던 점, 증상과 인체실험(?)의 결과를 이야기했다.
그들은 말했다.
우리는 늘 주문받은 그날 분쇄를 하며 로스팅 한 것도 일주일을 넘기지 않는다.
안다. 그래서 그동안 나도 믿고 이용했다. 하지만 내 물건은 이상했다.
그들은 말했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한 번 있어서 미생물 검사를 의뢰하려 했다. 그런데 고객이 증상이 다른 것이 원인이었다고 했단다. 그래서 어쩌라고? 내 물건은 이상하다니까.
나는 인체실험(!) 과정과 결과도 설명했다.
그들은 말했다.
우리는 신선도와 품질에 자신이 있으니, 미생물 검사하자.
동의했다. 나도 원인을 알고 싶다긔!
* 깜깜무소식
내가 물건을 보낸 것이 11월 3일이었다. 그 이후 열흘이 지났는데도 소식이 없어 배송정보를 확인해보니, 물건 보낸 지 이틀 뒤에 배송이 완료되어 있었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 중국집입니까
발송한 지 20일이 지나(11월23일), 연락이 없어서 다시 메일을 썼다. 역시 다음날인가, 전화가 왔다.
물건이 잘 갔는지, 진행은 얼마나 되어 가는가, 언제 결과가 나오는가 물었다.
그들이 말했다.
물건 받았다. 검사 의뢰를 했는데 검사가 밀렸는지 늦어지고 있는 거 같다. 또한 일반적인 검사보다 항목을 늘렸다고 한다. 그래서 늦어진다고.....
동물병원도 일주일이면 검사 결과가 나오는데, 이상했지만 쿨하게 넘어갔다.
혹시 받은 물건 향 맡아봤느냐고 물었다.
그들이 말했다.
확인 안 했다. 향은 보관상태에 따라 다르기에 기준이 될 수 없다.
그건 나도 안다. 그래서 말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한 달도 안 되어 쓴 향만 나는 커피가 어딨느냐고(게다가 당신들 신선한 커피가 자랑이잖어).
나, 나름 보관 철저히 한다. 게다가 보낸 커피는 개봉 후 바로 밀폐용기에 넣어 냉동실에 보관한 거다.
여기서 살짝 흥분했다.
그러니까 그들이 말했다.
화내시지 말고, 얘기를 들어보라,
만일 생두가 문제라면 그 생두로 로스팅한 다른 물건도 이상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
그러니 이번에 결과가 나오면 그 생두로 다시 로스팅하여 보내줄 테니 확인해보라.
그래서 남은 커피와 힘들게 뽑은 더치 다 버렸다.
(커피 뿐만 아니라 거기에 들어간 내 시간과 정성이 아까워 마음에 기스 살짝)
* 결과
12월 5일쯤 결과가 나올 거 같아서 미리 연락 드린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결과가 나온 날 전화가 왔다.
그들이 말했다.
역시 우리는 결백해. 우리 물건에 하자가 있을 리가 없지.
결과가 그렇다니 받아들였다. 하지만 열 받았다. 다른 것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는 그들의 태도 때문이다.
나 또한 내 실수 범위를 충분히 고려했기에, 그럼 뭣 때문일까, 생두가 문제인가, 포장 단계의 문제인가, 배송의 문제인가, 의문을 제시했지만,
그들은 자신들 실수가 아닌 것이 명백하니 다른 원인이 뭔지 알게 뭐냐는 태도.
결국 원인은 내 취급부주의라는 건가?
그래서 부아가 났다(이 부분에서 성질 내면 지는 건대;;;). 그럼 내가 지금 사기 치는 거 같으냐고!
그들이 말했다.
어쨌든 같은 생두로 로스팅하여 다시 보낼 테니 확인하시라.
절대 양해를 구하는 말 한마디가 없었다.
그래 분명히 그들이 장담한 것처럼 결과는 <아무 이상 없음>이었다.
고로, 그들은 사과할 이유도 없다. 알어.
그러나 제품 때문에 트러블이 생겼으면 판매자는 구매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발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거 아닌가?
당최 뭐가 그리 대단하신지, 아쉬우면 사지 말라는 건지, 아님 내가 커피가 아니라 대단한 예술품을 구매한 건지.
애초에 <이건 내 탓 아님>이라는 전제가 깔린 상태로 응대한다.
정말 어이없을 만큼 꼿꼿한 태도.
처음 메일을 보낸 날로부터 한 달하고 일주일 정도 지난 뒤,
검사결과와 함께 새로 로스팅한 물건이 왔다.
상자를 열자 향이 달랐다. 그러나 별 감동도 없고 즐겁지도 않았다. 오히려 1kg 치고는 미미하다는 트집을 잡는다.
검사 결과지도 있었다.
그들 말대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검사지가 들어 있던 봉투에 편지라도 한 통 있겠지, 하는 순진한 생각에 들여다보니, 없다.
아 진짜 ㅎㅎㅎㅎㅎㅎ
여튼 기다리다 지치고, 그들의 태도가 불쾌해서 결과 따위 상관없다 생각했다.
안 사면 그만이다.
그렇게 넘어갈라고 했다.
허나 이건 뭐냐.
아우 어이없어.
* 검사 접수 날짜를 보라.(빨간 밑줄)
내가 첫 메일을 보내고 물건을 보낸 뒤 20일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어서 두 번째 메일을 보낸 게 11월 23일이었다.
ㅎㅎㅎㅎㅎ아 진짜 이런 실버벨스러운 우연이 있나.
내가 보상 따위 바라는 사기꾼이라 적당히 으름장 놓으면 지쳐 나가떨어질 줄 알았나?
두 번째 전화 통화 후 깨달은 나의 치명적 실수가 하나 있었는데,
검사 의뢰를 내가 직접 해야 했던 게 아닌가, 라는 것이다.
설마 저쪽이 나를 사기꾼 따위로 여길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게다가 이게 끝이 아니다.
결정적 한 방!
의도가 뭔지 모르겠지만,
보는 순간 실소가 터졌다.
어이없다.
사과의 메시지든 날 엿먹이는 메시지든, 어이없다.
다시 보내 준 커피가 <에잇 먹고 떨어져라!>라는 의미의 동냥?
이건 단순히 사고파는 문제가 아니다.
나는 지금껏, 이 쇼핑몰을 신뢰했다.
그래서 문의 메일을 보내기까지 몇 번이나 내 취급 부주의가 아닌지 나름대로 꼼꼼하게 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