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

일상 2012. 5. 17. 00:52

내 몸속에는 가시 하나가 있다.
어디에 있느냐면, 아마 명치 쯤.
매우 날카롭고 단단한 가시.
사랑스럽고 아픈 나의 가시.
 

가시는 잊을 만하면 날카로운 끝을 세워 콕콕 찌른다.
시도 때도 없다.
세수하는데 가시가 찌른다.
밥 먹는데 가시가 찌른다.
책 보는데 가시가 찌른다.
TV 보는데, 노래 듣는데, 
똥 누는데, 멍하니 있는데 가시가 찌른다.
시도 때도 없이 가시 생각에 숨죽여 운다.

잠들기 전에 기도한다.
너의 안식과 평온을.
그리고 나를 용서하지 말라고.
시간을 돌리고 싶다고 수백 번 생각한다.

미치도록 보고 싶어 사진을 꺼내고 미소를 짓다가 숨죽여 운다.
 
죽을 때까지 나의 사랑스러운 가시를 품고, 아프고 괴로워하고 슬퍼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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