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랜 세월, 만화와 인연을 맺고 살아오고 있음에도 정작 내게 남아있는 만화책은 몇 권 되지 않는다.
무수한 세월동안 만화 마니아라면 누구나 치렀을 법한, 부모님과의 끝없는 줄다리기에서 살아남은 만화책들이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부모님 친구 분의 후원 덕에 일찍이 일본 원본 만화를 지닐 수 있었고 이미 그때부터 빠져들었던 일본 만화가가 몇 있었던 것이다.
부모님의 친구 분 덕에 당시 아마계에서는 상당한 센세이션을 몰았던 몇몇 작가들(아직도 라이센스 및 해적판으로 조차 나오지 않았다)의 만화 원본과 잡지 '부케'를 통해 알게 된 Kazumi Yamashita와 Yoshino Sakumi, 그리고 Iwadate Mariko의 만화를 접할 수 있었다.

그 중 라이센스로 출간되기 시작한 만화 중 Kazumi Yamashita 와 몇몇 작가의 만화, 그리고 내가 너무 사랑해 마지않는 Ryo Ikuemi의 얘기를 좀 하려고 한다.


Kazumi Yamashita

말하면 입 아픈 그..... '천재 유 교수의 생활'은 일본 모닝지에 연재되고 있는 작품이다.
Kazumi Yamashita는 잡지 '부케'를 접하면서 처음 알게 된 작가로 그 후 무수한 일본 단행본을 구입하게 만든 사람이다.
그녀의 그림이 실린 거라면 단지 표지만으로도 잡지를 사들일 정도였다.
그녀의 만화를 구하기 위해 일본에 여행가는 선배를 조르고 졸라 얻어내고, 부모님이 전화하실 때 목소리를 높여 이름을 외쳐대기를 몇 년, 드디어 해적판으로 '천재 유 교수의 생활'이  '교수님은 X세대'라는 다소 김새는 제목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일본어는 '일'자도 알지 못하던 내게는 그야말로 축복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한 권 한 권 모으다 보니 어느새 정식 라이센스로 출간되고 아직도 연재 중이다.
조금만 빨리 속도를 내주기를 바라는 마음(모닝지는 주간 잡지인데 왜 이리 속도가 늦어지는 것인가!).
이미 원본으로 가지고 있던 만화 중 '마천루의 불새'와 '넌 킹카', '고스트 랩소디'가 있다.
'피너츠 땅콩'의 풋풋한 이야기도 제대로 보고 싶은데 이건 너무 오래된 작품이어서인지 나오지 않을 듯....
그녀가 그려내는 남자 캐릭터는 Ryo Ikuemi의 캐릭터와 더불어 나를 아직도 소녀처럼 가슴 뛰게 하는 카리스마와 리얼함이 있다.

최근 다시 그녀에게 버닝하고 있는 작품은 단연 이것이다!

걸프렌즈
말이 필요 없다. 근래 감정 이입을 해본 몇 안 되는 만화 중 하나다.
단편모음집으로 '천재 유 교수의 생활'도 그렇고, 그녀 특유의 인간 군상의 다각적인 묘사.
잔인할 정도로 객관적이며 쿨한 시선.
길게 말할 필요도 없다. 보라! 보라! 보라!



Ryo Ikuemi



아.... 정말 그녀의 작품은 모두 사모으고 찾으러 다닐 정도로 광팬이다.
만화 대여점 허름하고 어두운 비인기 코너의 창고 같은 책장에서 찾아낸 그녀!
해적판 '선생님 사랑해요'던가?(원제 : I Love Her)5권 짜리 만화를 보고 홀딱 반해버렸다.
낯익은 그림에 가지고 있던 마가리트(일본 월간 잡지)를 뒤져 그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만화를 대여점에서 사들이기 위해 갖은 잔꾀를 써서 거의 구입 단계에 이르렀는데, 갑자기 주인이 태도를 바꾸는 바람에 구입에 실패했다.

현재 몇 개의 작품이 라이센스로 나와있다. 그 중 하나가 '장미빛 내일'
내가 처음 이 해적판을 발견했을 때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자취라는 가난한 생활에도 사모으기에 혈안이 돼서 나오는 족족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들인 만화가 꽤 되는데, 그중에 다시 정식 라이센스가 나와버린 만화는 아쉽지만 내용상 큰 이상이 없으면 그냥 해적판만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장미빛 내일'이 정식 라이센스로 출간됐을 때는 달랐다.
덕분에 '장미빛 내일'은 두 세트 가지고 있다^^;

단백함에서 오는 느리면서 쿨한 느낌은 정말 화가 날 정도로 훌륭해서 몇 번을 읽고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특히 그녀가 그려내는 남자 캐릭터는... 아... 정말 환상이다.
한때 아는 선배에게 "일본 남자애들은 정말 다 이래요?" 하고 물어볼 정도로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것 같은 그 리얼함(사실 일본에 대해 아는 바 전혀 없지만서도)에 가슴이 뛰곤 한다.
Kazumi Yamashita의 남자 캐릭터가 코믹하고 조금 심술 맞거나 비틀어진 카리스마의 맛이 있다면, Ryo Ikuemi의 남자 캐릭터는 매력은 심플, 쿨함에 있다.
주변에 이런 남자가 있다면 내 간(상태 좋은 편은 아니지만)이라도 내줄 수 있다.
그녀의 최근 신작 중 하나인 '내가 있어도 없어도'라는 마무리에 탄성을 내지르게 했다.
주변 친구들과 만나(모두 구입했음, 역시 그녀의 팬) 주먹을 휘두르며, "정말 약올라!" 하고 외쳐댔다.
멋진 그림, 훌륭한 스토리텔링... 아... 몇 백번 말을 해도 모자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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