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혁이는 폼으로 먹고 사는 남잔데.. 하필 오지호랑 투샷....

*
이번 주, 안그래도 대길이 불쌍했는데, 이런 사진이 인터넷 포털에 있더라. 아이쿠야!
팔다리가 좀만 길었어도 그림 완벽했을 텐데.....;

**
이번 주는 전반적으로다가 불쌍한 대길이.......

***
결국 추노에서도 <출생의 비밀>

****
여전히 속터지는 태하-언년.
보는 내내, 먼저 가라고 해 이년아! 하며 손가락질 열 댓번.
태하가 손 내밀 때마다 머뭇거리는 통에 환장하는 줄 알았다.
그나마 커필링 완성되니 좀 나았다만은...

*****
대길이 이놈아, 그냥 설화 잡아라 새꺄!

******
신념 어쩌구 하며 세상을 바꾸겠더니, 제대로 뛰지도 못하는 것 끌고 다니면서 여러사람 민폐 끼치고. 결국, 원손 목숨 간당간당하는 시점에 또 민폐 언년 데리러 달려가는 송태하. 뭐, 손 놓아버리면 다신 못 볼게 뻔하니, 인간적으로다가, 그 맘 모르는 바 아니지만서도. 그런 그를 보며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는 자가 어쩌구 하는 한섬의 대사는 손발 오그라들만큼 작위적이라 얼굴이 다 화끈.

*******
천지호와 철웅이 좀 더 많이 많이 나와줬음 좋겠다~

********
말하면 입 아픈, 전반적으로다가 무게감 확실한 조연급들의 열연. 그중에서도 환쟁이 아자씨와 마방 할배 투샷은 딱 김홍도 그림 속 인물이 튀어나온 거 같아, 보기만 해도 유쾌!

*********
어쨌든, 수목 본방 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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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00.
스포일러 알게 뭐야요. 이미 때 지난 영화들인데.
얼마 전 별 생각없이, 더 문(Moon) 내용이 뭐냐, 물었다가 그대로 악의없는 스포일러를 당했었드랬다. 씨밤.


01.
UP 업- Pixar를 사랑합니다.

자두맛 할배와 초코맛 우편배달부 러셀

귀여워. 사랑스러워! 한 세번 정도 본 거 같다.
쪼꼬렛 뽀사먹는 케빈도 사랑스럽고, 당신을 좋아할 것 같다는 개새끼들도 사랑스럽고. 골수애견국다운 마인드라 가능했던 섬세한(!) 표현이었다 본다.


02.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 <초속 5센티미터>, <별의 목소리>등

-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는 초속 5cm
영화 초반에 여주인공이 떨어지는 벚꽃을 보며 말한다.


<초속  5센티미터>나 <별의 목소리>에서도 우주선이 태양계를 뚫고 나가는 것이 그닥 신선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대단한 첨단 기기들과 생활하는 그런 미래상도 아니다. 우주선이 태양계 뚫고 나간지는 오래되었지만, 지구인들은 여전히 지구에서 지금처럼 지지고 볶으며 산다. 세계 정복이나 우주 정복을 꾀하는 미친색히가 설치지도 않고, 러시아워, 취업, 수험, 범죄, 반복되는 삽질 컨셉으로써 ego도 별로 다르지 않다. 한마디로 인간이 새삼 대단하게 변하지도 않았다.
이런 식으로 표현된 리얼한 근미래상을 좋아한다. 뒤늦게 <별의 목소리>가 신카이 마코토 원작이라는 걸 알고는 다른 작품들도 찾아서 봤다.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고양이 집회> 등의 중단편 애니들이 있는데, 특히 <고양이 집회>는 5분 정도의 짧은 단편임에도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심심하면 다시 보곤 한다.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은 뭔가, 피융! 슝슝! 우와아악! 받아라! 죽어라! 이얍! 하는 기합이나 효과음이 없는, 말 그대로 감수성 그득하여 오랜만에 가슴이 촉촉했더랬다.
또 하나 놀란 건 제작 과정인데, 아씨바 이 인간 진짜 가내수공업자였다!
<초속 5센티미터> 말미에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을 마구 넘기다가(자막이 없는 관계로), 설마설마 하며 화면을 되돌려 보니, 작화 등을 혼자 작업 하기라.
울랄라, 굉장하잖아!


별의 목소리 中
지극히 평범한 일상. 우주로 핸폰 메일이 전송된다는 것이 우주시대의 기술 발전의 혜택. 단 전송시간이 좀 걸린다.



03.
2012 - 재난 영화, 씨바 돈이 최고다.


재난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데, <2012>이라는 숫자는 상당히 특별하게 다가와서 피하지 않고 봤다.
땅이 붕괴되고 뒤틀리고 폭발하는 건 진짜 스릴있었지만, 참 민망한 헐리우드식 마무리는 안습이다.
막말로 돈 없음 그냥 죽어야 하는 거고, 뭐 그래, 그만한 프로젝트를 할려면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하겠냐.
이건 뭐, 이런 일이 터져도 유전자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연령적으로나, 뭐 하나 들어맞는 게 없다. 아씨바. 그러니 기미가 보이면 욜라 중국 국경 넘어가는 거다. 그리고 티벳으로 들어가 주변에 떠도는 댐건설 소문을 귀담아 듣고 등산장비와 월동 장비를 준비하고 요이땅 하는 거다.
그건 그렇고, 헐리우드 아니랄까봐, 주인공과 그 가족 빼고 죄다 죽어 나간다. 거기다가 죽는 사람들 죽도록 고생하다가 주인공이랑 주인공 가족 살리고 죽어. 이런 옘병. 그 중국 노동자 형 죽었음 진짜 대박인데.
무엇보다 러시아 부호의 밴틀리 시동과 이기적인 가족 사랑, 어쨌든 아빠답게 쌍둥이 살리며 몸 날린 건, 존쿠삭과 그 가족 살린다고 마구 제작진에 의해 죽어나간 캐릭터보다 나았다고 본다. 그리고 헐리우드답게 동물(강아지)은 살았다.


04.
Knowing 노잉 - 인류는 어쨌든 살아남는다


이건 TU 영화관 무료 기간 때 우연찮게 보게 됐는데, 그간 니콜라스 케이지 출연작이 그닥 끌리지 않았던 것을 감안해서 별 기대없이 봤다. 게다가 영화 정보는 전무했고.
이것도 앞서 말한 <2012>와 같은 류라면 같은 류.
인류 존망에 관한 영화다.
어찌보면 아서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과 맥이 통하는 내용이다.
메신저들이 인류의 멸망을 막으려고 새싹들을 안전하게 옮긴다. 그게 오버로드가 신인류의 진화를 돕는 것과 같고, <선택>이라는 것에 헐리우드적 휴머니즘이라는 게 덜 보여서 괜찮았다.
이런 식의 종말이라면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돈과 권력, 우수유전자 등과 같이, 선택의 기준이 지극히 인간적인 노아방주식보다 훨씬 숭고한 느낌이다.


세계 핏덩이들은 모두 바퀴벌레만큼 질긴 인간종을 전 우주로 퍼트리는 사명을 갖는다.
그래, 이번엔 좀 잘하자.



05.
Summer Wars 썸머워즈 - 되는 집안

<다이하드 4.0>에서도 느꼈지만, 요즘은 천재가 맘만 먹으면 세계 정복은 껌이다.

재미있었다. 인터넷 시대에 네트워크 어쩌구 시스템이 일으킬 수 있는 재앙으로 말미암아 이런 저런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지도 않으며 그것을 경고하는 논문이나 창작품들은 꽤 많다.
이걸 리얼하게 영화로 만든다면 참 끔찍하고 답답하지만, 알록달록 애니로 만들면 경쾌한 느낌이다.
여튼 인류 종말 시점에서 세계를 구한 건 일본 어떤 마을에, 알고보면 대단한 집안이었던, 대가족과 손님이었다.
일촉즉발에서 간신히 세계도 구하고, 덕분에 집 앞에 온천까지 터져 대박난 집. 게다가 고시엔 출전 중인 이 집안 손자가 지구 존망이 걸린 날 경기에서 승리도 했고.
뭐 말 그대로 되는 집안이었다.
아마도 이 집안 어르신의 고상한 취미가 한 몫한 듯.


할머니가 즐겨하시던 고스톱이 인류를 구할 뻔했다. 고스톱은 치매 예방에도 좋다니 너무 무시하진 말자.


06.
Avatar 아바타 - 하드웨어는 훈늉. 소프트웨어는 거기서 거기.


눈을 현혹시키는 색감이나 볼거리는 진짜 풍족.
그러나 색감과 볼거리가 너무 현란하여 정작 메세지 전달은 뒷전. 영화가 재미있음 됐지 뭔 놈의 메세지 전달이야! 하며 콧방귀 뀔지도 모르겠지만, 정신없이 줄거리와 그림만 쫓다보니 감상이라고는 늘 그렇듯 결국 침략자의 변절자가 원주민을 구한다는 흔하디 흔한 패턴만 남았다.
무엇을 말하는지 알겠지만, 현란한 화면 덕에 제대로 전달 받은 느낌은 아니다. 게다가 왜 늘 이방인이 리더가 되어 원주민을 이끌어 승리하고, 오야붕이 되는 거냐? 식상하잖아!
그렇다고 두 번 볼 기운은 없다. 누구 말마따나 화면의 폭력적일 만큼 현란한 색감은 좀 피곤하긴 하다. 아, 그래도 3D로는 보고 싶긴 하다. 겁나 멀미 난다던데.....


07.
폭풍우 치는 밤에 - 망상


워낙 유명한 애니였는데, 이제사 봤다.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우정.. 이라고 쉴드 먼저 치고.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아니, 이미 소문으로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봐도 오해의 소지는 충분했으므로, 이런 망상은 무죄다.
게다가 그간 나리타켄씨 덕에 잠깐 금단의 드라마CD를 듣게 되어서리, 증폭된 망상은 백만동료들의 의견에 동조하며, 숨겨진 제작 의도를 확인했다고 확신하고 말았던 것이었다.


08.
다이하드 4.0 - 역시 몸으로 떼워야 한다.

불혹의 나이를 넘은 브루스, 몸으로 떼우는 것도 이게 마지막일라나;;;;

앞서 <썸머워즈>에서도 말했지만, 천재가 맘만 먹으면 까짓껏 세계 정복은 일도 아니다.
영화 선전 문구에 <디지탈 시대의 아날로그 형사> 라고 적혀있다.
뭐 긴말 필요없이, 이거면 된다.
<리쎌웨폰>과 <다이하드> 시리즈처럼 꼴통 형사 나오는 거 참 좋아라 했는데. 조금 아쉽지만, 별 수 없이 브루스의 존 맥클레인도 여기까지인 거 같다.
수고 했수다 맥클레인.


ETC.
볼트 - 그닥 기대치도 없고 대단히 재밌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마구 씹을 정도로 후지지도 않았다.
박물관은 살아있다 2 - 그냥 별로 신선하지 않았고 정신만 더 없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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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지르고 본다.

Sundry 2010. 2. 3. 18:47

<주의! 음악소리 큽네다. 광속으로 볼륨다운>

flash mp3 player object
Jehro - <Sweet>

00.
가볍고 입구가 좁은 나의 지갑이 원하는 쇼핑은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다.
  • 할인율이 높을 것
  • 각종 쿠폰 적용이 가능한, 1년 6개월이 지난 구간일 것
  • 운송료 무료를 위해 반드시 몰아서 살 것
  • 각종 쇼핑몰 포인트를 유용하게 사용할 것
  • 도서정가제에 저항하여 신간 구입은 자제할 것

늘 이런 신념으로 도서 구입을 해왔다.
그러나 가난뱅이인 내게도 2009년 대미를 장식한 피할 수 없는 운명과 같은 지름이 있었으니....

01.

민들레 와인
국내도서>소설
저자 : 레이 브래드버리(Ray Bradbury) / 조애리역
출판 : 황금가지 2009.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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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씨 451
국내도서>소설
저자 : 레이 브래드버리(Ray Bradbury) / 박상준역
출판 : 황금가지 2009.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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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브래드버리 작품 출간
우선 만세 삼창.
만세! 만세! 만세!
<민들레 와인>과 <화씨 451>이 출간됐다.
출판사는 황금가지.
황금가지! 황금가지!! 황금가지!!!

아씨바빌어먹을! 시공사 병신들.
<화씨 451>이 재출간되었다. 이거이 그리폰북스에서 나온지가 언제더라... 구하기 힘들던 브래드버리 선생의 책이라 친구한테 선물할 거까지 두권 구입했었다. 그러나 브래드버리 선생과 나의 인연은 어찌 그리 짧은지, 책 잃어버리고 참 씁쓸했더랬다. 재고를 찾아 수소문해봤으나 역시나 그리폰북스는 재고 따위 남겨두질 않았다.
돈 많은 황금가지는 좋은 건 알아가지고 옘병벼락부자 돈지랄을 제대로 한다.그래도 이런 데 돈지랄 해주니 고맙긴 하다.
재고 잣이고 할 거 없이, 목마른 브래드버리의 노예는 결국 득템할 것이 분명하나, 그래도 황금가지를 향한 불신은 신간 구입의 마지막 관문을 쉽게 넘어서지 못하게 했다.
참 망설였다. 한 1시간 정도. 황금가지발 반지전쟁과 르귄 여사의 작품의 허접 번역을 생각하면 너무너무너무 끔찍했다.
게다가 필립 K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를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 꾸는가>라는 제목으로 출간하였다. 이 비슷하면서도 알 수 없는 이 미묘한 차이. 내용상 전자의 이미지가 더 강했던 것도 있지만, 까놓고 보면 영어가 짧으니 따질만큼 혓바닥이 야들야들한 것도 아니고, 그저 황금가지로부터 좋지 않은 인상이 연장되어 사소한 차이에도 일단 까고 보자라는 심보.... 인정합니다.
그런데 작년이던가, <나는 전설이다>의 번역이 별 무리가 없었던 것 같았고, 일단, 판타지만 아니면 그럭저럭 읽을 만 했던 것도 기억나고 <악마의 묘약> 같은 거. 또한 어디서 들은 말로는 브래드버리 선생께서 저작권과 번역 등에 관해 엄청 까다로우신 분이라는 소리가 있었으니, 그래 믿어보자, 가는 거다! 하면서리 최종 관문을 넘어 주문결제 완료.
책이 도착 한 날, 온통 하얗고 파랬던 지중해 그리스의 어느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춤추던 가시나처럼, 책 두권을 들고 혀를 차며 라라라아라 라라라라~ 하며 집안을 뱅글뱅글 돌았다.


02.

아킬레스의 방패 (양장)
국내도서>비소설/문학론
저자 : 위스턴 휴 오든(Wystan Hugh Auden) / 봉준수역
출판 : 나남출판(사회비평) 2009.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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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든의 <아킬레스의 방패>
아! 마르고 닳도록 핥아대며 열망하던 오든의 작품집이 나왔다.
그냥 표지만 봐도 가슴이 두근두근 하다.


03.

풍장의 교실 (양장)
국내도서>소설
저자 : 야마다 에이미 / 박유하역
출판 : 민음사 2009.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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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마다 에이미의 <풍장의 교실>
아놔 민음사 빨아주고 핥아주고 문질러주리라!
수록 작품으로는 <나비의 전족>, <제시의 등뼈>도 들어있다.
요거는 또 <나는 공부를 못해>랑 헷갈려서 읽다가 흠칫했다능.


04.

아나이스 인 헨리와 준
국내도서>비소설/문학론
저자 : 아나이스 닌 / 홍성영역
출판 : 펭귄클래식코리아 2009.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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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나이스 닌의 <헨리와 준>
이게 꿈이냐 생시냐! 역시 펭귄 클래식 브라보!
난 몇 번이나 내 눈을 의심했다. 정말 아나이스 닌이 나온 거냐!
아나이스 닌의 작품이 출간된다면, 역시 <헨리와 준>이겠지, 하며 예상은 했었다.
뭐랄까, 아나이스 닌 작품을 구하러 다닐 때마다, 그 허접하고 거시기한 표지들을 보며 참 씁쓸했는데.... 펭귄 클래식다운 모습을 보며, 싸구려 옷을 걸쳤던 그녀가 이제사 제대로 성장하고 나온 것 같아 내 맘이 다 뿌듯하다.


05.
황금가지 욕하느라 길 뿐, 그냥 나 책 샀다고 자랑하는 거 뿐임.
뭐?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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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먹은 것들 1탄

Sundry 2009. 2. 20. 21:01

읽은 순서가 아니라 생각나는 순서대로.......
몰아서 기록할려니까 막 헷갈리네.
1탄이다.. 일단은... 

1. 검의 대가 -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트
검의 대가 (양장)
국내도서>소설
저자 :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Arturo Perez-Reverte) / 김수진역
출판 : 열린책들 2004.09.10
상세

아, 겁나 멋진 돈 하이메. 늙어도 남자라고, 코르소처럼 고저 이쁘다 싶으면 눈이 홀랑 뒤집어지는 돈 하이메가 조금 미웠지만 그래도 그에게는 코르소에게 없는 우아함이라는 것이 있고 그래서 그의 고뇌가 더욱 아름다웠고, 그래서 난 용서가 됐고. 어쨌든 돈하이메, 당신 너무 멋있다.


2. 요시다 슈이치
최근 자주 사게 되는 작가. 생각보다 국내에 들어온 작품이 많다. 처음 접한 것이 <워터>였는데, 책값가지고 장난한 출판사 때문에 꽤 풋풋했던 책 내용은 깡그리 까묵고 분노만 남게했던 기억. 지금도 요시다 슈이치의 짤막한 작품(200페이지 안팍)을 양장본으로 찍어내어 9천원 받아 처먹는 출판사가 많아서 선택 기준은 200페이지를 넘기고 할인율이 높은 책이다.

* 7월 24일 거리
7월 24일 거리
국내도서>소설
저자 : 요시다 슈이치 / 김난주역
출판 : 도서출판재인 2005.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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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나의 청춘시대를 보는 것 같아서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착한 아이 컴플렉스>나, <실패를 두려워 하는 것>은 지금도 가끔 나의 얄팍함을 쥐고 흔든다.

* 퍼레이드
퍼레이드
국내도서>소설
저자 : 요시다 슈이치 / 권남희역
출판 : 은행나무 2005.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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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니버스 형식으로 서로 얽혀있는 인물들의 각각의 사건이, 이러쿵 저러쿵 복잡하지 않게 아다리가 맞아가는 걸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기에 적절하게 재미있다.

* 일요일들
일요일들
국내도서>소설
저자 : 요시다 슈이치 / 오유리역
출판 : 북스토리 2005.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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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과 관련된 에피스드들로 이루어졌다. 뭐랄까, 퍼레이드에서도 그런 느낌이었는데, 조금 진부한 소재를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읽고나서 조금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 최후의 아들
최후의 아들 (양장)
국내도서>소설
저자 : 요시다 슈이치 / 오유리역
출판 : 북스토리 2007.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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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까마에게 얹혀사는 기둥서방...... 아, 그가 그에게 돌아오지 않더라도 부디 그 공원에서 별 일이 없길 바란다고.

3. 부주의한 사랑 - 배수아
부주의한 사랑
국내도서>소설
저자 : 배수아
출판 : 문학동네 1998.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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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안개의 무거운 습기가 피부로 스며들어 손끝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질만큼 나른하다. 안개때문에 몽롱하고 숨이 좀 가쁘다. 읽는 내내 이런 느낌.


4. 한밤 중의 행진 - 오쿠다 히데오
한밤중에 행진 (양장)
국내도서>소설
저자 : 오쿠다 히데오(Hideo Okuda) / 양억관역
출판 : 도서출판재인 2007.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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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할인으로 주문. 일본 사소설류에서 굉장한 것을 기대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게 비싼 양장본 때문인 거 같다. 아시발  겁나 비싼 우리나라 책값이니 사소설 류의 킬링타임 용 책이 짜증날 수도 있겠다. 그리고 그냥 페이퍼백으로 내서 한 4천원 선으로 가격 책정해주면 나도 고맙겠다.

큰 건수를 터트리려 했지만, 일이 좀 꼬이게 된 삼인방과 야쿠자와, 중국 야쿠자와 초뻔뻔 미술상 이야기. 어쨌든 야쿠자의 돈을 노린 애초의 두 명과 그보다 더 큰 돈을 노리고 아울러 아빠 뒷통수 치려는 목적이 더 강한 딸래미, 역시나 비슷한 건수를 노리는 중국 야쿠자와 딸내미를 능가하는 초뻔뻔 미술상 아버지가 야쿠자의 가정식(?) 카지노를 둘러싸고 우왕좌왕 돈가방 들고 튀고 쫓고 하는 이야기. 오야붕이 중국 지배인에게 당하는 시추에이션은 펄프픽션이 떠올라.


5. 벽장 속의 치요 - 오기와라 히로시
벽장 속의 치요
국내도서>소설
저자 : 오기와라 히로시(Hiroshi Okiwara) / 신유희역
출판 : 예담 2007.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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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 역시 오기와라는 인간적이고 따뜻해. 그리고 치요, 너무 귀여워.


6. 악마의 사랑 - 임노월
악마의 사랑
국내도서>소설
저자 : 임노월 / 방민호역
출판 : 향연 200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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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에 정말 흔치 않았던 탐미주의 작가. 예스러운 글이라서 조금 독특한 느낌도 들지만, 이 작가의 작품은 현대식으로 번안해서 출판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이광수를 비롯한 당시 주류 작가들과 설전을 벌이다가 절필하고, 이후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서 많이 안타깝다.


7. 미시마 유키오
일본 우익. 게다가 나르시즘. 1970년 할복하는 장면이 방송국 카메라에 녹화된 희대의 사건을 만든 장본인인 미시마 유키오. 가끔 진짜 이 사람 속까지 우익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분명히 태생적으로는 우익인 거 같지만.
이 사람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괴리감과 늘 정체성의 혼란을 일으키는 인물들을 보며, 이게 미시마 유키오의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쓸데없이 우익 골통으로 죽어버려서 좀 아깝다는 생각.

* 파도소리
파도소리
국내도서>소설
저자 : 미시마 유키오 / 이진명역
출판 : 책세상 2002.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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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과격한 우익이 이런 낭만적 글을 쓰다니. 참 기묘한 사람.
미시마 유키오가 얼마나 헬레니즘을 동경하는 지 알 수 있다. 어찌보면 마초들이나 우익들이 남성성에 대해 집착하는 걸 보면 헬레니즘이 아마 이상적 세계일지도.

* 열대수
열대수 - 미시마 유키오 대표희곡
국내도서>국어와 외국어
저자 : 三島由紀夫,다락원편집부 / 일본어저널편집부역
출판 : 다락원 1998.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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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싸서, 이게 뭐냐 싶어 주문했던 희곡. 희곡! 희곡이었다. 게다가 일한대역문고. 말하자면 절반은 일본어. 실제 프랑스에서 있었던 사건을 미시마 유키오답게 감각적이고 히스테릭하게 맹글었다. 
 

8. 오스카 와일드
셧업하고 펭귄 클래식 만세. 아 시바 책값은 겁나 후덜덜했지만 고급스러운 사양에 그냥 넘어갈래.
오스카 와일들의 아름다운 재능을 찬양하자.

* 살로메
살로메
국내도서>비소설/문학론
저자 :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 권오숙역
출판 : 기린원 2008.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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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클래식에서 나온 건 아니지만서도.....
비어즐리 삽화가 50% 오스카 와일드니까 봐준다 50%로 고작 50페이지의 내용을 보려고 산 책. 난 만족한다. 영어공부 겸사 읽어봐, 싶지만 난 영문버전은 안 읽는다. 그냥 비어즐리 삽화니까, 오스카 와일드니까. 아깝지 않다. 성경에 단 몇 줄 기록된 세례 요한과 살로메의 이야기를 날구라로 재탄생 시킨 오스카 와일드의 탐미적 시각에 박수를 치고 키스를 보내는 것이 나의 몫이다. 브라보!

*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국내도서>소설
저자 :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 김진석역
출판 : 펭귄클래식코리아 200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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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대략의 줄거리야 너무 유명하고 또한 여러 분야에서 모티브가 되는 작품. 가끔 행복한 왕자가 오스카 와일드 작품이라는 얘기를 하면 놀라는 사람들이 있더라. 나는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읽고 행복한 왕자가 오스카 와일들의 작품이라는 얘기를 듣는 순간 수긍했다.


9. 잔혹 - 콜린 윌슨

서양사 다이제스트 같은 느낌. 내용이나 전문성이 예상과 달라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에는 괜찮다. 책 덮고 제대로 된 역사 공부의 의의를 되새겨 봤다.(풋) 아, 인간이란! (이마에 손 얹고 먼산)


10. 우상의 눈물 - 전상국
우상의 눈물 - 전상국
국내도서>소설
저자 : 전상국
출판 : 민음사 2005.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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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헛 살았다. 지금껏 이런 작가를 모르고 있었다. 오정희 때만큼의 임펙트. 막 남자 오정희라고 떠들어댔다. 아, 죄송합니다. 당신들께 충성!


11. 칼의 노래 - 김훈
칼의 노래 (양장)
국내도서>소설
저자 : 김훈
출판 : 생각의나무 2007.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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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류



12. 내 남자 - 사쿠라바 가즈키
내 남자 (양장) - 제138회 나오키상 수상작!
국내도서>소설
저자 : 사쿠라바 가즈키 / 김난주역
출판 : 도서출판재인 2008.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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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이라고 사이드 바에 놓여 있기에, 제목이 맘에 들어 클릭하고 책 첫페이지가 맘에 들어서 주문했던 책. 여러모로 굉장히 자극적이며 임펙트 있는 책이다. 어찌보면 부녀자들을 겨냥한 로맨스 소설 같기도 한 것이, 딱 만화같은 느낌이다. 주인공 남자의 포스가 심상치 않음이 가장 큰 이유. 흐느적거리는 긴 다리며, 위험한 분위기의 잘생긴 남자. 게다가 엄청나게 집착하는 두 사람의 극단적인 사랑 이야기. 진짜 씨바 읽다가 깜짝 놀랐다. 진짜, 깜짝............. 금단... 제약이 클 수록 불타오르는 로맨스.... 아, 그렇게 따지게 되면 <내 남자>가 짱 먹어라.


13. 나카노네 고 만물상
나카노네 고만물상
국내도서>소설
저자 : 가와카미 히로미(Hiromi Kawakami) / 오유리역
출판 : 은행나무 2006.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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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하면서도 뭔가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연애소설>. 느낌 좋다.


동면 중 읽은 것들과 까먹고 메모 안 한 것들 중 기억나는 것.
그래, 자면서 읽었다. 난 항상 자면서 읽는다. 취침 전 독서가 제일 좋다.
그래서 책장만 덮으면 고스란히 다 까먹는다. 덕분에 웬만한 건 두 번씩 훑어보는 버릇. 누군가. 이건 이런 내용이었어, 또는, 그 책 읽어봤어? 하고 말하면 그제야, 아! 나 그것 읽었는데.. 하면서 기억이 난다. 이러니 기록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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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속 연애 창작물들

Sundry 2009. 2. 15. 14:10


통속 연애 창작물 하면 떠오르는 것이 브론테 자매.

브론테 자매는, 나에게 그림이 없는 책으로서 할리퀸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남자 쥔공에게 폭! 빠지게 한 사람들이다.
그 당시에 읽은 책은 만화책을 제외하고는, 국민학교 우리 때는 일케 불렀다, 졸업 시기에 동네 짝꿍과 열광하며 바꿔 보던 아가사 시리즈와 홈즈, 뤼팽 등의 추리물.
검은 고양이, 죄와 벌, 몬테크리스토 백작, 행복한 왕자와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등등과 같은 호러물(?).
인어공주를 위시한 공주 시리즈는 동화책을 통해 복창 터짐을 패러디로 승화시키는 상태였다.
친구들에게 들려진 왕 구라 패러디. 이미 이때 난 구라 대왕이었다.

만화 외에 가슴 두근거리는 로맨스라고는 중 2때 친구 따라 강남 가면서 보게 된 할리퀸 시리즈.
왕섹시재력만빵의 남자 주인공들이 어리바리 금발에 쪼그맣고 예쁘장하지만 가난하고 자존심만 우라지게 센 여주인공을 마구 희롱하는 이야기가 거의 대부분이었던, 할리퀸이라는 앙증맞은 사이즈와 절단신공의 축약본에 한 서너 달 빠져 살았더랬다.

당시 저런 왕섹시재력만빵 남자 주인공을 상상하며 제2 창작의 세계에 빠져들어 친구들에게 구라본을 마구 돌리고 있을 때 즈음, 할리퀸만 읽으면 머리가 썩는다는 엄마의 부드러운 권유로, 장식품인 줄로만 알았던 양장본 세계 명작선집을 펼치게 됐다.

어쩐지 운명처럼 집어든 첫 번째가 <제인 에어>.
부자지만 어두운 과거를 지닌 남자와 좀 파란 수염이 떠오른다, 가난하지만 똑똑한 여자가 고난을 딛고 사랑을 확인하며 해피엔딩.

이때까지만 해도 심하게 남자 주인공을 흠모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읽어왔던 책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글자로 이루어진 책으로는 할리퀸을 제외하고 죄다 하드보일드한 책만 읽어온 거친 소녀에게 진짜 소녀의 세계를 경험케했다.
흥미진진하게 본 제인 에어이니까, 하면서 이름이 비슷해서 같은 사람인 줄 알고 고른 것이 운명의 <폭풍의 언덕> 여기서 굵은 글자 나가줘야 한다.
제인 에어-C.브론테 /  폭풍의 언덕-A. 브론테..... 브론테만 봤나 보다.


내 사랑 히스클리프!

기존 할리퀸의 남자 주인공들은 히스클리프 앞에 무릎을 꿇라!

히스클리프 때문에 폭풍의 언덕을 얼마나 봤는지, 부끄럽게도 양장본 실밥이 다 풀어질 정도였다.
여리고 여린 소녀는 이 악마와 같은 날짐승 히스클리프에게 막 빠져들었던 것이다.
밤마다 좋아했던 부분을 다시 펴들고 읽고는 자기 전에 그 장면을 상상하곤 했다.
특히 히스클리프가 죽은 캐서린의 환청을 듣는 장면은 몇 번을 보고 또 봤던 부분.

덕분에 엄마의 계획대로 할리퀸을 끊었다.
이후 나는 주변의 소녀 친구들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해졌다.
그녀들에게 늘 사지절단하드고어호러 구라와 애증질투욕망복수만연 구라를 치던 까칠한 소녀가, 막 달콤 폭신폭신 애절 삼삼한 로맨스구라를 치기 시작했던 거다.

아울러 친구들이 권해 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먼저 책을 봤었다. 까놓고 책으로 완독하진 못했고, 스칼렛이 남북전쟁으로 막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부분이 지루해서 읽다 말았다.
레트 버틀러와 스칼렛 부분은 언제나 즐거웠다.
레트를 떠나보내는 스칼렛을 향해 잡으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었다.
바보 같은 여자!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소설을 좋아한다.
이 소설이 더 좋아진 것은 BBC에서 제작한 미니시리즈 덕이다.
다시역의 콜린 퍼스, 이 아자씨한테 홀딱 반해버렸기 때문에 원작을 다시 읽게 됐던 책.
이 미니 시리즈 덕에 콜린 퍼스는 전 유럽 여인네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이 소설들을 '통속'이라고 묶는 것이 불쾌한 사람도 있을라나? 뭐 통속을 그렇게 나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 어차피 대중문화의 가치판단 기준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니까 넘어가자. 그러니까 묵힐 수록 맛이 좋았다면 그것이 또 명품이 아니겠어?
이 일련의 여류작가들의 작품은 할리퀸을 대체할 방법을 제시해준 고마운 통속연애소설들로 문학작품들을 그때의 감성에서 읽을 기회를 준 계기가 됐다. 아, 쪽팔리게 초등감상문 마무리;;;;;;
그러고 보니 할리퀸 작가들 대부분이 영국인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들의 창작물의 원조는 제인 오스틴이나 브론테 자매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수다가 길었다.


(+) 로맨스 소설
기본적으로 로맨스는 여자의 생명수다! 아싸!



폭풍의 언덕
국내도서>소설
저자 : 에밀리 브론테(Emily Jane Bronte) / 김종길역
출판 : 민음사 2005.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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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에어 2
국내도서>소설
저자 : 샬럿 브론테(Charlotte Bronte) / 유종호역
출판 : 민음사 200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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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국내도서>소설
저자 : 제인 오스틴(Jane Austen) / 전승희,윤지관역
출판 : 민음사 200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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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Emma 10
국내도서>만화
저자 : 모리 카오루(Kaoru Mori) / 김완역
출판 : 북박스(만화) 200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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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12 : 엠마로부터 시작된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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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 좀 늙었잖아.


디즈니판 동화로 처음 접했던 <미녀와 야수>.
하얀 윗니가 약간 돌출되어, 도톰하고 작은 입술이 도드라져 보이는 디즈니 만화 캐릭터답게 생긴 아가씨, 벨. 뭐 나름 깡따구 있는 아가씨였다.

코찔찔이 당시에 이 동화의 가장 큰 의문점은 이종간의 사랑이 가능한가, 였다.
벨이 과연, 이 야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게 가능했는지, 그러니까 으례 동화적인 환상으로다가, 다른 아가씨들이 왕자님을 만났을 때처럼 가슴 두근거렸는지 궁금했다. 엔딩에서는 그 야수가 멋진 왕자님이 되긴 했지만, 그 과정까지 과연 왕자의 저주를 풀 만큼 벨이 그를 진정 사랑했었을까 의문이었다. 아, 맞다. 이 동화의 저주는 왕자가 진정한 사랑을 깨달아야 풀리는 거지... 어쨌든.
코찔찔이는 그래서 이 동화를 보며 한개도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았다.
짐승과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신뢰나 가족애, 또는 연민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서도, 남녀 간의 깊은 '애정'을 나눌 수 있는가, 그것이 과연 가능한 걸까, 하며 양 눈썹 사이에 주름을 잡았던 어린 시절.

그렇다. 코찔찔이는 잘생긴 왕자님이 아니어서 일단 건성이었다. 그리고 실망했다. 일단 모든 동화에서 아름답지 않은 남자 주인공은 건성으로 볼 뿐이다.
미녀와 야수뿐만 아니라 엄지 공주에서 엄지를 찝적대는 온갖 동물들이라든가, 그깟 공 하나 주워줬다고 별 걸 다 바라는 개구리 왕자라든가........
저주든, 태생이든, 짐승화 된 남자와 아가씨들의 진정한 사랑 찾기와 같은 얘기들은 일단은 숨참듯 급하게 휘리릭 넘겨 저주 풀린 모습을 확인만 했다는 거다..

그럼 미녀와 야수는 어떤가.
그나마 멋진 사자다. 사자는 멋있다. 일단 포유류라는 점이 개구리보다는 나았다. 아, 그러고 보니 개구리 왕자의 저주는 참으로 가혹했구나!
그러나 디즈니 동화에서 야수는 늙어 뵈는 호랑이로 괴팍한 느낌의 중년 남자로 비쳐졌다.
게다가 이 아가씨의 주댕이도 맘에 안 드니 남녀 주인공 모두 비주얼이 못 살아주는 판국에, 딸을 팔아먹는 아버지라니... 아, 그래 심봉사마냥 그렇다. 심청이마냥 그렇군.
그래도 이 동화의 강점은, 강한 자를 길들인다는 데에 있었다. 그래서 개구리 왕자나 엄지공주를 보는 것보다는 괜찮았다.
'사랑'이라는 코찔찔이 소녀의 환상보다는 결코 길들일 수 없는 야수를 길들일 수 있는 단 하나의 존재가 된다는 점이 매리트였다.
그렇다. 바로 이것이다.
여자들에게는 그런 게 있다. 연인에게 단 하나의 유일한 존재가 되고자 하는 열망 같은 거 말이다.
거기에 꿈을 엮어보면, 이런 스토리가 나온다.

1. 그는 권력과 힘을 지녔지만 상처받은 남자다.
2. 그는 거칠고 무자비하지만 상처받은 남자다.
3. 냉정하고 차갑지만 상처받은 남자다. 차가운 도시남자지만 내 여자에게는 따뜻하겠지....

뭐 셋 중 하나이거나 셋 다 이거나.
'상처를 받았다'는 건, 심리적이든 뭐든간에 숨겨둔 비밀이 있다는 거다. 결코 상대에게 드러내지 않는 비밀 같은 거.

이렇게 해서 '나'는 그런 남자를 안을 수 있고 움직일 수 있는 존재가 된다.
자신을 위해 물불 안 가리고 달려오는 남자를 갖는 것. 세상이 무너져도 너 하나만은 지킬 것이라고 외치는 남자. 쪽팔리는 말을 열정적으로 마구 뱉어내며 야수처럼 전력질주로 달려드는 남자. 물론 주둥이와 몸뚱이와 대가리는 일심동체. 뭐 이런 거.

그래서 짐승과 아가씨라는 공식의 동화들은 알고보면 로맨스의 전형이다.
뭐, 동화 중 로맨스 전형 아닌 게 어디있냐마는...... 이건 확실히 어른들의 로맨스와 좀 더 가깝다.
어리고 아름다운 여성에 대한 남자들의 집착과 거칠고 강한 유전자를 향한 가임여성의 본능적인 욕구.
영화 <스피시즈>에서 외계인 여자가 본능적으로 병에 걸린 남자를 피하고 강한 유전자를 가진 남자에게 뎀비는 현상은 생물학적인 본능이라 이거다.

때문에 이 동화는 어른들의 세계다. 게다가 신데렐라보다는 원초적인 세계다. 그러니까 적어도 15금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어른들의 세계에서 재창조되고 있는 것이 또 이 <미녀와 야수>다.

사라코너(린다 해밀턴)가 야수를 길들이는 미녀였던, 시리즈 드라마.



어른이 되면 알게 될거야.
어른들의 말, 하나 틀린 것 없다.
미녀와 야수, 그건 어른들의 세계다. 어른이 되니 나름 상상력이 확대되면서 가슴도 두근거린다.

사춘기를 지나오면, 대부분 소녀와 아가씨들은 미녀와 야수를 아주 깊게 이해하게 된다.
아울러 그녀들은 강한 남자에 대한 환상을 품게 된다.

소녀시대에는,

백마 탄 왕자님(권력), 야수와 같은 마법에 걸린 남자(힘): 동화를 빙자한 로맨스.

이랬던 것이 조금만 더 아가씨가 된다면,

대기업 회장인 미스터 스미스(권력), 지치지 않는 지골로(힘):
할리퀸 로맨스.

이렇게 구체화 된다.

기본적으로 본능은, 지적 지수보다는 일단은 육체적인, 그리고  물질적인 것에 매료되기 쉬운 법이다. 나는 Madonna의 material girls도 좋아한다.
그러니 우리가 쉽게 그것에 넘어가는 것에 수치스러워 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그건 암사자 무리가 더욱 강한 수사자에 의해, 자기 새끼의 아비가 쫓겨나면 새로운 수사자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아니 썩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지만, 이 과정은 정말 슬퍼서 보고 싶지 않다.
인간도 별 거 없다. 기본적인 건 다 거기서 거기인 거다.
난 이런 자연스러움이 좋다, 이거다!
어른됐다고 동화 우습게 보지 말자. 다시 보자, 동화!
그래서 선생님들은 책을 세 번 읽어야 한다고 하시는 거야.



<200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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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의 끝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아서 클라크 (시공사,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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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서 클라크가 작년 3월에 타계했다는 걸 며칠 전 알았다.
그리고 서둘러 찾아본 것이 르귄 여사와 브래드버리씨의 연세였다. 다행스럽게 아직은 괜찮으신 연세다. 아니, 조금 조심하셔야 할 연세다. 하지만 클라크 할배가 90세까지 사셨으니 그보다 열 살 정도 적으신 르귄 여사는 안정권이다. 그러나 브래드버리씨는 클라크 선생보다 고작 세살 어리시다;
그러고 보니, 마르께스, 투르니에 할배도 연세가........................
어쩐지 20세기가 정말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조금 쓸쓸한 느낌이랄까.
경이로움과 혼돈이 공존하던 20세기. 아, 혼돈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지만, 그때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은 이제 좀체 느끼기 어려워진다.
연세 드신 20세기 거장들이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다시 <유년기의 끝>을 읽었다. 읽느라 아침 5시에 잤다.

인류가 달의 환상을 깨기 전인 1952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실망하기 전에 그것부터 생각했으면 좋겠다. 간혹, 생각보다 시시하다는 얘기에 내가 다 씁쓸한 마음이 들어서인데, 앞에서 얘기했듯이, 21세기는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 그것을 무시하려는 건 아니고. 많은 작품이 예전의 명작들을 재해석하거나 오마주로 차용하는 때가 많다는 거다. 이 작품은 어디서 들어보니 <신세기 에반게리온>도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어쩐지 서구 열강에 의해 식민지화되던 동양이 겹쳐진다. 곱지 않게 보면 제국주의 식민화를 정당하다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 밖에도 세계는 영어로 통일되고, 고상하고 지적인 오버로드는 영어만 한다는 둥. 그래, 난 좀 아쉬웠다. 오버로드가 이타적 존재로 좀 더 다양한 언어를 구사한다든지, 언어의 영역을 넘어 소통한다든지(아, 이럼 얘기가 안 되는 거고)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인간이 꿈꾸던 유토피아가 되었다, 일단. 그러나 유토피아와 천국의 이상적 모습에 늘 떠오른 이미지처럼, 천국이라는 것이 얼마나 지루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만족하고 사는 인간이라니. 그래서 잰이 있었다. 결국, 그는 인류 진화의 마지막 목격자이며 마지막 구세대 인류로서, 환호했다.

어쨌든,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 건, 우아하고 고상한 존재, <오버로드> 때문이다.

진화에 들어선 인류는, 어쩐지 포턴벨트는 이 소설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그냥 우주 일부가 된다. 그것은 어떤 높은 존재가 되는 건데, <높다>라는 건 초감각적인 진화를 얘기한다. 그러니까 지금 구세대인 나로서는 그 진화는 상상할 수 없다. 그것은 <창조자>의 위치에 서는 것과 같은데, 개인이 아닌 하나의 <존재>가 되는 거다. 여기서는 그 존재를 쉽게 <오버마인드>라고 한다. <오버로드>처럼 이름에서도 나오듯..... .............그런 거다.

인류는 <오버마인드>의 일부로서 진화한다. 종교적으로 말한다면 신의 일부가 된다는 의미다. 그 진화의 과정으로 구세대와 지구를 흡수한다. 천재지변처럼 우주 일부가 된다.
이런 원시적이면서 원론적인 상황을 좋아한다. 그러나 만약 내게 <진화>와 <오버로드> 중 선택을 하라면, 그들이 날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망설임없이<오버로드>다.

우주를 정복하고 지력과 통찰력을 지녔지만 이미 진화의 한계에 온 <오버로드>.
그들의 고독조차도 우아하고 아름답다. 그리고 그들은 한계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간다. 그들 스스로 불완전하고 완벽하지 않은 것을 보충할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는 모습이, 오히려 인간적이다. 물론 인간 따위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만큼, 그들은 우아하지만.

젠에게 선택의 기회가 왔을 때, 젠은 인류의 진화를 목격하는 최후의 구세대로 남길 희망하며, 그 과정을 <오버로드>에게 생생히 전달한다.
그는 <오버로드>에게 그 현장을 알리며 끝까지 자랑스러워 한다. <오버로드>보다 우월한 인류의 진화를 환호하며 자신도 그 빛 속에서 사라진다.
쳇................

나라면 <오버로드>와 함께 떠났을 것이다. 신인류의 양분이 되는 것이 억울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우아한 <오버로드>와 좀더 함께 하기를 원했을 것만 같다.
그리고 <오버로드>는 내게 실망하겠지;;;;;
항상 이래서 난 주인공이 되기 어렵다.


(+)
현재 마지막으로 출간된 시공사의 그리폰북스에서 나온 <유년기의 끝>은 오역과 오타가 많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 싶지만은, 제대로 완역되어 다시 출간되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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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포기한 책이었다.
그저, 찔끔찔끔 나오는 야스나리 단편집을 선별하여 구입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러나, 야스나리 단편집은 다른 문호들의 단편집 처럼 중복이 많아 아무리 고르고 골라도 여러 번의 중복을 피할 수 없었다. 그 때문에 포우의 단편선이 나올 때는 정말 환호하며 기뻐했었다.
맨 그 밥에 그 나물로 같은 것이 여러 번 중복되어 다양하지 못했다. 그럴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가와바타 야스나리 전집>이었다.
이 책은 친구 언니의 책이었다. 이 책을 빌려봤을 때, 내게 야스나리는, 여느 사람들처럼 <설국> 작가일 뿐이고, <설국>은 어쨌든 청소년이 읽어야 하는 명작 중 하나였고, 왠지 항상 <오싱>과 헷갈렸던 작품이었다.
그런데 이 걸작선을 읽고 나서는, 더 이상 <설국>과 <오싱>을 헷갈리지 않았다!(헷갈렸던 게 이상한거야;;;)
걸작선은 단편집이다. 이것은 6권짜리 전집이었는데, 내가 읽은 것은 그 중 세 번째 책이었다.
69년도 판답게 세로줄에 한문이 25%를 넘게 차지한 책이다. 아, 한문 까막눈인 나로서는 대단히 어려운 과제였다.
그런 난제(?)에도 불구하고 난 이 첵을 사랑하고 말았다. 한달을 빌려 읽으며 정말 어떤 작품은 두세 번 다시 읽고 또 읽기도 했다.
칼날처럼 날카롭고 유려하며 섬세한 표현과 문체. 분명히 <설국>도 그러했을 텐데, 난 왜 여태껏 몰랐을까? 왜 난 <오싱>과 <설국>을 헷갈렸던 것일까.
책 욕심이 많던 난 눈이 뒤집혀서 그 낡고 오래된 책에 대한 욕심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그 책을 내게 팔게 할 수 있을까 하고 고심하며 친구 옆구리를 찔러댔다.
그러나 '택도 없는 소리'였다. 친구 언니는 유학가면서 그 책도 가지고 갈 정도로 그 언니에게도 애착이 남다르던 책이었다.

그랬다. 그래서 언젠가 나오지 않을까, 하며 생각날 때마다 신간 소식을 뒤적거렸다.

그리고 헌책방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하게 발견했다. 바로 내가 읽었던 세 번째 책.
이렇게 기쁠 수가!
40년이 넘은 책이라, 상태는 그닥 좋지 못하다. 종이 변색은 예상보다 심했고, 그래도 변색된 것에 비해 구김이나 넘긴 흔적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_=;
케이스를 강조해서, 케이스가 상당히 깨끗한가 했는데.. 케이스는 완전 낡고 낡은 걸레같았다.
음, 보면서 막 병균 옮을 거 같아서 손가락 끝으로 집어서 재활용통에 넣었다.
하드커버임에도 많이 낡았다. 뭐랄까 습기에 절은 것 같이 흐물거리는 것이... 이것도 병균 옮을 거 같아서, 일단 베란다에 놓아두었다.
책을 구한 건 기쁘지만, 뭔가 조치가 필요할 듯. 시간이 되면 인쇄소에 가서 제본을 다시 할까 생각 중이다.
전권을 구입하고 싶지만, 책 상태를 보아하니, 조금 망설여진다=_=;
일단 이 책 구제방법부터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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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 : 이눔의 해적판들! 구글 검색에 앤라이스 작품 - Beauty's Punishment('화석의 나라' 원제)로 검색된다는 사실.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건 10년도 후딱 넘은, 아~주 오래 전 일이다.
친구가 선배에게 빌린 책을 가지고 와서 둘이서 침대에 누워 한 페이지씩 큰 소리로 읽으며 막 웃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이 책은 친구와 다정하게 웃으며 읽을 책은 아니다.
아나이스 닌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이라면 이유를 알것이다. 그리고 친구와 침대에 누워 큰소리로 읽었다는 부분에서 나쁜 취미를 가진 커플이라 여길 것이다. 그러나 우린 커플이 아니다. 게다가 건전하지는 않지만 나름 순수하고 신선한 꽃처녀들이었다.

어쨌든, 당시 아나이스 닌은 이름마저 생소했다.
우리가 <화석의 나라>를 읽었던 이유는 당시에는, 그리고 지금도 찾아보기 힘든 에로티시즘 때문이었다. 마치 동화처럼 시작하지만 내용은 20금 정도의 성인용이었다.
그러나 나긋나긋 부드럽고 섬세한 문장은 단순히 포르노라고 치부하기에는 아까운 소설이었다.

책을 다 읽지 못하고 다음날 원주인에게 돌려줘야 해서 많이 아쉬워 연장을 청해보았지만, 까탈스러운 원주인은 다시 빌려줄 생각이 없었다. 뭐, 책을 빌려올 때도 딱 하루 기한이었으니, 좀 팍팍한 책주인이었다. (그 맘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렇게 잊혀진 그 책은, 몇 년 전 우연찮게, 케이블에서 방영한 <헨리와 준>을 보게되면서 생각이 났다. 아나이스 닌과 정말 똑같았던 마리아 드 메데이로스(정말 매력적인 배우; 펄프픽션에서 브루스 윌리스의 연인으로 나옴). 이 영화가 처음 개봉했을 때는 아나이스 닌과 <화석의 나라>를 연관시키지 못했는데!
그래, 그 작가가 아나이스 닌이지.

그리고 가물가물한 기억을 떠올리며 그 책을 찾아 헤맨 덕에 몇 권의 책을 발견했다. 제목으로 봐서는 그 소설인지 아닌지 알수 없었다. 게다가 아나이스 닌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해서, 그나마 있는 정보로는 알길이 없었다. 그래도 밑져야 본전..... 생각은 좀 나겠지만, 도전해보자 싶었다.
가격은 중고지만 원가보다 높다. 이런 책들은 대부분 다시 출간되기 어려운 책인 경우가 많다.
1997년에 나온 책이니까 어쩌면 다시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살짝 망설이다가, 마냥 기다려도 재출간되지 않는 래이 브래드버리를 생각하니, 놓치면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그래서 급히 구입을 추진했지만 불발됐다.(망설이는 동안 책이 판매된 것이다) 그래서 당시 발간한 출판사에까지 문의를 넣었지만 역시 불발.
그때만 해도 찾아다닌 희귀본 득템에 모두 실패한 터라 의욕을 잃고 잠시 중고책 사냥을 중단했다.

그리고, 올해 콜린윌슨의 <잔혹> 초판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아나이스 닌의 <화석의 나라>.
느낌이 왔다. 내 기억 속의 그 소설은 이런 제목이 어울렸다.
그래서 급히 찜하기 위해 판매자에게 문의를 넣고 바로 입금했다. 그리고 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것이다.
절판된 책 운이 그닥 좋지 않은 나로서는 오랜만에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나이스 닌은 돈을 벌기 위해, 남자들이 읽을 포르노 소설을 썼다고 누군가 비아냥거린 글이 떠오른다. 아나이스 닌의 재능이 그렇게 희생됐다는 점에서 안타까워하는 글이었지만, 내 생각에는 나름대로 꽤 멋진 일을 해낸 것 같다. 진실이 어떻든 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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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미덕의 불운>

Sundry 2008. 11. 13. 20:13

아주 오래 전에 빌려본 책인데 친구는 책을 분실했다고 한다.
문고판 사이즈에 두께도 무척 얇아서 120페이지 정도 되는 책이며 무슨 해적판 음란서적도 아닌 것이, 역자 연혁이라든지, 후기라던지 이 따위 것이 없었던 것 같다.
(아니면, 내가 기억을 못하고 있는지도....)

허탈하고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내용이 변태스러워서가 아니다.
사드의 '악명'에 비하면 소프트한 편이었다. 물론, 당시 여린 감성의 소유자였던 본인에게는 살짝 감당하기 어려운 점이 있긴 했지만서도......

내용은 이러하다.
주의!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일단 책을 읽은지가 10년이 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
쥐스틴과 줄리에뜨, 두 자매는 부모가 죽자 약간의 유산을 물려받는다.
그 유산을 쥐고 두 자매는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된다.
언니인 줄리에뜨는 무척 자유분방한 아가씨로, 방탕하고 자유로운 삶을 산다.
반대로 동생인 쥐스틴은 착하고 마음씨 고운 아가씨로 착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두 자매의 인생은 일상적인 설정을 뒤집는다.
착하고 아름다운 쥐스틴의 인생은 처참하기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반면, 줄리에뜨는 그 방탕함과 자유분방함에도 아주 순탄한 인생을 간다. 단순히 순탄만한 게 아니라 정말이지, 그렇게 막살아도 대단한 꽃길이었다.
언니는 백작인지 남작인지, 어쨌든 귀족 부인이 되고, 그러는 동안 착하고 아름다운 쥐스틴은 세상의 모든 악행을 경험하게 된다. 갖은 고문과 학대, 성적인 폭력.. 그렇게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으며 처참한 인생을 산다.
그리고 두 자매는 다시 만나게 된다.
이미 만신창이가 된 쥐스틴을 언니 줄리에뜨는 평생 보살펴주겠노라며 동생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린다.

자, 여기까지 본다면, 이건 그나마 아주 일반적인 엔딩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렇게 마무리 된다면 사드가 아닌 것이다! 암만!

두 자매의 만남. 처참한 꼴이 되었지만 동생을 사랑하는 언니를 만났으니, 이제 행복한 엔딩이 남았구나, 하는 독자는 이어지는 마무리에 충격을 받는다.

쥐스틴은, 줄리에뜨의 보살핌에, 자신에게 이런 행운이 있을 리가 없다며 괴로워 하더니, 어느 폭우가 쏟아지는 밤, 밖으로 뛰쳐나가더니, 이건 악마의 농간일 거라며 반미치광이가 되어 절규를 한다.
그리고는..... 화려하게 번개에 맞아 사망한다.

맙소사!

사필귀정이라고? 권선징악?
사드는 바로 이 오래된 정설에 엿을 먹이고 있는 거다!

맞다.
이 부조리함. 18세기에도, 그리고 지금도.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사드는, 세상은 꿈결처럼 아름답고 선하지 않으며, 그런 곳에서 미덕은 악운을 부를 뿐이라고 말한다.
사드는, 아이처럼 순진한 18세기의 어리숙한 이들을 향해, 잔인한 어른이 되어 경고하는 것 같다.
아니, 지금에 와서도 그 경고는 유효하다.

이러니 사드의 저서가 18세기에 얼마나 사회적 충격이었겠는가. 아니, 뭐 지금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지만서도.....
사드의 저서들은 사회 통념에 일침을 가하는 것 같다.
단지 그 강도가 심하고, 표현이 과격할 뿐.
뭐, 이렇게 말하지만 사드의 책이라곤 이거 하나 읽어봤다=_=;

그러고 보니, 이 책 내용을 생각할 때면, 고등학교 때 몰래 읽던 데카메론이 매번 생각이 난다.
울 오라버니가 졸업하면 읽으라고 못 읽게 해서 더욱 보고 싶었던 데카메론은, 예상과 달라 오라버니에게 배신감을 느꼈더랬다.
물론, 데카메론은 지금도 책장에 꽂혀있다!
예상보다 흥미로웠던 책들이라, 가끔 데카메론을 볼 때면, 이 책이 생각난다.

책을 구하려고 보니, 이거 초희귀본이란다.
래이브래드버리 단행본이나, 앙드레지드의 사전꾼이나,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단편선 같은 거.
이런 책들은 좀 다시 나와도 될 거 같은데..........;

희귀본 얘기가 나오면, 잃어버린 책들 때문에 가슴이 쓰리다. ㅠㅠ
특히 멜랑꼴리의 묘약! 이 책을 잃어버린 후부터 난 누구에게도, 웬만하면 책 안 빌려준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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